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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 천사 의사
10월 7일 저녁, 남편의 기사가 인터넷에 떴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전문의 최초로 인체조직 기증을 한 의사 故 박준철 선생님, 150명에게 새 삶을…….’

의사로서 첫 번째 인체조직 기증자라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150명이라는 숫자에 더 놀랐다. 이런 식으로 매스컴을 통해서 알려질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시아버지께서는 갑작스런 아들의 죽음 앞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셨는데, 기사를 보시고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셨다.

남편은 오랜 학업과 수련의 과정을 통해 외과 전문의가 된 사람이다.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먼 곳에 가서 헌신하고자 계획했으나, 그는 결국 더 이상 꿈을 이루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죽음의 끝에서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을 다 주어 많은 사람에게 새 삶을 주고 떠났다. 이 인체 기증은 사는 동안 남편과 늘 많은 생각을 나누며 이야기했었기에 실천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는 언제나 속이 깊고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 아무것이나 다 잘 먹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어디든지 등만 대면 코골며 자는 걱정이 없는 사람. 세속적인 욕심이 없었던 소박한 사람.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준 믿음직한 남자. 내가 정말 사랑했던 남자……. 그 남자가 내 남편이다. 내가 하는 모든 일마다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던 그 남자가 오늘따라 더 그립고 보고 싶다.

남편은 큰일 앞에서도 언제나 침착한 사람이었기에 나를 질책하거나 탓하지 않았다. 언제나 내가 힘들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속 깊은 사람이었다. 남편이 레지던트 수련의였던 시절, 작은 사건이 있었다. 둘째 용인이가 돌 지나서 아장아장 걷던 때였다. 그날도 옆집 아줌마가 커피 한 잔을 마시러 우리 집에 놀러 왔다. 그날따라 비가 오려고 잔뜩 구름이 끼어 있어서 냉커피 말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물을 끓여서 커피 잔에 따르고 뒤돌아선 순간 사고가 났다. 용인이가 커피 잔을 건드려 뜨거운 커피물이 아이에게 쏟아진 것이다.

아이의 울음에 놀라서 보니 이미 뜨거운 커피로 인해 피부가 빨갛게 물집이 잡혀 터진 상태였다. 재빨리 욕실로 가 상처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고는 남편이 근무하는 집 앞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남편은 자리에 없었고 남편 동료인 외과 선생님이 응급처치를 해 주셨다. 아이는 연신 자지러지게 울어댔다. 당황스럽고, 걱정되고, 아이에게 얼마나 미안했던지……. 처치가 거의 끝날 무렵 남편이 들어왔다. 나는 남편에게 한소리 들을까 봐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웬걸, 남편은 인상 한번 찡그리지 않고 말했다.

“어쩌다가 그랬어? 많이 놀랐겠다.”

상황 설명을 듣고도 화 한번 내지 않고 오히려 커피 못 마셨으니까 커피 사준다고 말하던 그 남자. 나는 아직도 그가 떠난 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때가 많다. 그를 보내기가 너무나 힘들다.

남편의 사후 인체조직 기증이 세상에 이슈가 되었고, 의사 박준철이라는 이름이 매스컴에 오르내렸다. 언론사와 방송국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어떻게 기증을 하게 되었는지, 남편의 평소 삶은 어땠는지 궁금해했다. 무슨 경황으로 내가 그렇게 담대하게 인터뷰를 하고 있는 건지, 내 모습에 내가 놀랐다. 주어진 상황에 나를 맡길 뿐이었다. 한국인체조직 기증본부에서도 남편의 뜻을 기리며 추모 음악회를 열어주고 감사패를 주었다. 남편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감사패라고 했다. 사실 갑작스런 이별로 아직 많이 힘든 상태에서 그런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불편했다. 그런데 인체기증 독려를 위한 영상을 보면서 그런 불편함은 싹 가셨다. 사고와 질병으로 인해 심한 고통을 받는 환자들을 위해 더 많은 기증자들이 생겼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다.

남편과 함께 일했던 동료 의사들도 그 자리에 참석하여 많은 위로를 해주었다. 그분들은 남편을 이렇게 기억했다.

“박 과장은 늘 따뜻하게 인사를 하며 환자들의 두 손을 잡아 주곤 했습니다. 환자들도 박 과장의 크고 고운 손을 좋아했습니다. 그는 ‘곰돌이 푸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불렸지요. 몸은 곰처럼 거구인데 그런 체격과 맞지 않게 너무 온순한, 어색한 조합 때문이었습니다. 병실을 회진할 때도 수술할 때도 입원한 환자의 두 손을 잡아 주며 짧게나마 환자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어색해하던 환자들도 차츰 적응을 하더니 덕분에 안정을 찾는 듯했습니다.”

- 『천사 의사 박준철』 중에서
(송미경 지음 / 맥스미디어 / 229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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