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코스모스 소개 회원가입 단체가입안내 KB카드 VVIP 회원인증 이용안내 회원FAQ 도서요약 공지사항
키워드
전체카테고리 보기
ID/PW찾기 l 보안접속
이용권 등록 회원가입
서평칼럼
책에서 배우는 경영사례
북 & 프리즘
사랑하는 가족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수필이 좋다
영혼의 보금자리
리더들의 자녀교육
책에서 만나는 건강정보
가슴이 따뜻한 이야기
소설이 좋다
연재소설 프리랜서
연재소설 나혜석
골프 칼럼 베스트 7
책 속으로
떠나자! 책 속의 여행자
생활 상식
우리말 잡학사전
영어잡학사전
 
90일간의 세계일주
아름다운 만남
북 미리보기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
섀클턴의 파워 리더십
법령과 함께 떠나는 1박2일
 
안티베어 카툰
 
지난컨텐츠 보기
전체세미나
마포나비
주식투자 -하제누리 편
책으로 소통하는 세상
저자와의 만남 동영상
컬럼니스트 최종옥의 서평칼럼
가정통신문
1학년 | 2학년
3학년 | 4학년
5학년 | 6학년
독서퀴즈 | 교과어휘 퀴즈
독서이력 | 독서교실
글쓰기  
 
 
행복이라는 인형과 살고 있다
막내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나는 생활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혼자 몸으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싸우고 있다는 느낌으로 아침에 눈뜬 적이 많았다. 한순간은 죽고, 한순간은 살아나는 그런 반복 속에서 나는 딸이 그리웠다.

딸이 그리워도 자주 갈 수가 없었다. 딸에게 갈 수만 있다면 그것은 멋진 탈출이었다. ‘도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외출’, 아니 ‘여행’이 될 수 있었다. 좀처럼 시간을 얻을 수 없어 벼르고 벼르다가 어느 날 독한 심정으로 현실을 돌파하고 비행기를 탔다.

‘돌파’라는 엄마의 막연한 기분을 잘 알고 있던 막내는 그 시절 기독교에 심취해 있어, 오히려 내 스승같이 시련의 극복을 기쁘게 생각하라고 말해 주었다. 난 아이의 그런 태도가 섭섭하기조차 했다. 인간적으로 너무 괴로울 때, 오히려 종교적 해석은 지나치게 관념적이라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차라리 같이 울어 주는 딸이 나는 더 고마울 것 같았다.

“엄마, 얼마나 힘들었어? 실컷 울어, 엄마.” 그렇게 나를 감정적으로 인간적으로 해방시켜 주기를 원했는지도 몰랐다.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무엇을 알겠는가마는,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야속하고 기막혔다.

어쨌든 그 딸과 함께 미국 백화점 나들이를 갔다. 요즘은 우리나라 백화점도 좋아져서 그렇게 경이롭지는 않았다. 매장을 돌다 어느 인형 가게 앞에서 예쁜 곰 인형 하나를 안아 보았다. 마치 아기를 안은 느낌이었다. 촉감이 너무 부드럽고 뭔가 온기가 전해지는 인형을 안고 딸에게 무심코 말했다.
“어머, 왜 이렇게 행복하지?”
“그럼 하나 사. 엄마 행복을 사는 거지 뭐.”
막내는 내게 사라는 시늉까지 했다.

막내는 내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환했다고 나중에 말해 주었다. 그런데 인형 값치고는 너무 비쌌다. 나는 생각 끝에 그것을 포기하고 다른 필수품 몇 가지를 사들고 돌아왔다. 오는 내내 그 인형의 온기와 촉감이 그리웠다. 내 행복을 두고 온 느낌마저 들었다.

한국에 돌아오고 두 주일이 지나 그 인형이 집으로 배달되었다. 막내가 기어이 인형을 사 보낸 것이다. 막내는 ‘엄마의 행복을 보내드립니다. 제가 샀지만 어느 큰분이 함께 보내드리는 겁니다. 엄마는 이제 행복한 여자입니다’라고 편지까지 적어 보냈다. 가슴이 뭉클했다. 내 딸이 이렇게 속 깊은 아이인가 싶어 가슴이 메었다. 자식이란 늘 부모에게 있어 좋으나 싫으나 목이 메는 존재 아니겠는가.

나는 지금도 그 행복이랑 산다. 함께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잠도 잤다. “행복이 어디 갔어요?” 자식들이 집에 오면 행복이부터 찾는다. 손주들도 그렇다. “할머니, 행복이 어디 갔어요?” 손주들은 들어오자마자 행복이부터 한 번씩 안아 본다. 그것은 이제 나만의 행복이 아닌 것이다. 우리 가족 모두의 행복이 된 것이다.

‘행복’이란 전염성이 무지 강해서 엄마가 행복하니 모두 행복해진다. 행복이란 이름의 인형은, 딸 말대로 큰분이 내게 보내 주신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나는 아직도 믿고 있다.

얼마 전 백화점에서 초등학교 6학년짜리 관우와 현준이에게 곰 인형을 하나씩 사 주었다. 관우 행복이, 현준이 행복이…… 그 아이들에게 사준 행복이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딸네 가족에게도 행복을 안겨다 줄 것이다. ‘행복이’를 부를 때마다 행복이 달려와 안길 것이다. 행복이란 냉정하면 안 온다. 과묵해도 안 온다. 불러야 온다. 그것이 행복의 동의어다.

나는 지금도 그 행복이를 언제나 챙긴다. 손님들은 아기도 없는 집에 웬 인형이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내 인형이라고 말해 준다. 이름은 ‘행복이’라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행복아 안녕’ 하고 말한다. 그러면 밖에서 움츠리고 있던 행복도 웃으며 들어온다. 문이 닫혀 있어도 들어오는 것이 행복이다. 행복은 마음속에 있으므로…… 집안 가득하다.

- 『그래도 행복해지기』 중에서
(박완서, 신달자 외 지음 / 북오션 / 260쪽 / 13,000원)
번호 제목 날짜
177 나도 그의 여자고, 그녀도 그의 여자다 2013년 10월 04일
176 모르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 2013년 08월 30일
175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을 사랑하기 2013년 07월 30일
174 소중한 것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2013년 06월 03일
173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사랑할 수 있기를 2013년 04월 30일
172 두려움 없이 사랑하다 함께 떠난 노부부 2013년 03월 28일
171 음악은 모든 핸디캡을 뛰어넘는다 2013년 02월 28일
170 행복이라는 인형과 살고 있다 2013년 01월 29일
169 살아간다는 것은 2012년 12월 26일
168 내 남편, 천사 의사 2012년 11월 28일
맨 처음으로 이전 10개 1 2 3 4 5 6 7 8 9 10 다음 10개 맨 마지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