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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작은 새
말이야 왜 무슨 말을 못하겠는가.
당신은 이제 거기 어디에 잘 깃들일 수 있으리.
한 마리 작은 새처럼.

당신이 소변을 보고 나오다, 우리가 살고 있는 다세대주택 반 지하 두 칸짜리 방에 뒤통수를 부딪치며 떨어질 때 나는 당신의 몸을 향해 두 손을 뻗으며 허우적거렸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은 그때 내 손을 끌어당기려 했다는, 그리고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어했다는 느낌이 든다.

당신이 중소기업체인 두부 공장 하나를 경기도 광주에 차린 것은 2년 전. 공장장과 다른 직원 둘이서 뿌연 수증기 속에서 두부를 빼내고 포장을 할 때, 당신은 또 반듯하게 넥타이를 매고 백화점이나 까르푸 같은 델 찾아다니며 신기술로 개발된 두부 홍보를 하는 동안 나는 동창생과 전화 통화를 하고 TV 연속극을 보고 그러다가 먼저 잠들곤 했다. 당신이 지방 출장을 다니거나 거래처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 동안 당신에게 전화를 해서 불평과 불만을 토로하고 애들 앞에서 당신 흉을 보기도 했다. 여자로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뭘까. 도대체 산다는 것이 뭘까. 누구나 가끔은 내뱉게 되는 그런 말을 허공에 혼자 흩뿌리며.

당신이 옮긴 회사는 어디일까. 이 지상에서 저 세상으로 옮겨간 당신의 집은 어떤 곳일까. 늘 자동차 안에서 김밥이나 빵으로 식사를 대신하곤 했던 당신은 거기서 밥은 제대로 먹고 있는지. 이제 곧 채권자에게 넘겨질 공장 건물과 시설물들, 당신이 사랑해마지 않았고 당신의 꿈이었고 당신의 희망이었던 저 자그마한 단층 건물에서 예전처럼 당신이 걸어 나올 것만 같고, 하루에 한 두 번씩 그렇게 바삐 왔다 갔다 하던 당신이 뛰쳐나올 것만 같다. 그런 순간에 왜 당신에게 새 같은 것이 없었을까.

당신은 내가 지켜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잠들어 있는 것 같다. 저 마른 나뭇가지에 등불을 걸고 내가 당신을 대낮처럼 훤히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자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지켜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당신이 사무실 의자에 앉아 울고 있던 그날 그때처럼.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다 알고 나 홀로 눈물지을 때 나를 보지 못했듯이.

당신이 날마다 내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는 것이 생각날 때, 나는 왜 당신에게 무슨 말인가 하지 못했나 후회가 된다. 그때에 공장을 얼마에 잡혔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가. 의사가 깊은 병에 걸렸다고 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가. 나는 왜 술을 그만 마시라는 말도 매몰차게 못했는가. 젊은 처자식 생각을 하라고 울고 불며 난리를 피우지 못했는가. 당신 몰래 내 안에 자리 잡은 애를 떼버리고 왔다는 말을 못했는가. 우리는 서로에게 하고 싶은 중요한 말을 하지 못한 채 어떻게 남편과 아내로서 이 세상을 함께 걸었던가.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당신, 이제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바삐 육교와 지하도를 오르내리지 말아요. 신호를 받지 않은 채 삼성플라자 앞을 그냥 통과하지 말고, 교통사고로 다친 허리가 별로 아프지 않다고 우기지도 말아요. 이마트에서 우리 두부를 받아주기로 결정을 내릴 것 같다는, 날 위해 한 번 해보는 소리 같은 것도 그만 둬요. 가장으로서 점수 따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 애들 붙들고 이말 저말 힘들여 해보는 그런 시간에 당신 조깅이나 좀 하고, 내 보약 지어오지 말고 그것으로 당신 건강 검진이나 받아요.

당신 좋아하는 사우나, 목욕탕이 거기에도 있는지.


마른 다리로 지상에 서 있던 새 한 마리.
말이야 왜 무슨 말을 못하겠는가.
당신은 이제 거기 어디 잘 깃들어 있으리.
저 세상이여. 내 남편 좀 잘 돌봐 달라.


- <이롬라이프 웹진> (글 - 아동문학가 김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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