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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쌀 한 움큼에 눈물이 주르륵 나던 시절
며칠 전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어느 휴게소에 내려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휴게소 뒤편 철조망 옆에 한 젊은 아주머니가 앉아 찐쌀을 됫박에 담아 팔고 있었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찐쌀 한 홉을 샀다. 아주머니는 찐쌀을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주었다. 차 안에 앉아 손으로 한 움큼 집어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작년에 찐 것이라서 조금은 딱딱했지만 구수하고 말랑거리는 맛은 예전과 다름없었다.

그날 밤 나는 책상에 앉아 찐쌀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 있다가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났다. 어릴 적 추석이 가까워오면 나는 고향 할머니 집으로 갔다. 그 며칠을 나는 고향 마을 아이들과 어울려 산으로 들로 헤매며 다녔다. 이때면 할머니는 손자를 위해서 새로 피어난 벼로 찐쌀을 만들어놓았다가 한 주머니 가득 채워주곤 했다. 그해 처음 여문 벼를 베어 솥에 넣고 쪄서 털어낸 이 찐쌀은 먹을 것이 변변하게 없었던 어린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먹을거리였고 할머니가 손자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간식이었다.

장날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찐쌀을 한 주머니 가득 넣고 철교 밑에서 아이들과 놀고 있었다. 얼굴이 까맣게 찌들은 내 또래 아이가 우리 주위에서 빙빙 돌고 있었다. 다른 아이에게 누구냐고 묻자 아이들은 눈을 끔벅거리며 말을 하려 하지 않았다. 조금 있으니까 한 아이가 내 손을 잡고 다리 기둥 뒤로 끌고 가더니 "저기 움막 있지, 거기 살아. 제네 엄마는 미쳤어." 하는 것이었다. 또 한 아이가 "아주 미친 건 아니고 보통 때는 남의 집 일도 하는데 어쩌다가 한 번씩 머리를 풀고 개울에서 옷을 벗곤 한대" 하는 것이었다.

다시 철교 밑으로 오자 아이가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손짓으로 불렀다. 아이는 빙빙 돌면서 내 곁에 다가왔다. 나는 주머니에서 찐쌀 한 주먹을 꺼내 쥐어주었고 그 아이는 손바닥을 펴서 받았다. 그리고는 뒤돌아서서 무슨 보물이라도 되는 듯이 받쳐 들고는 큰 돌 위에 앉더니 조금씩 입에 넣는 것이었다. 아이는 고맙다는 표정으로 나를 몇 번이나 쳐다보았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할머니에게 그 아이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할머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린것이 사람이 되었네" 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내가 그 아이에게 찐쌀 한 움큼을 집어준 것이 그렇게 기쁜지 내 머리를 몇 번이나 쓰다듬으며 "그애 엄마가 미친 것이 아니야" 하고 그 집 사정을 말해 주었다. 몇 년 전 그 아이의 아버지가 제재소에서 통나무를 나르다가 통나무 밑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서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나자 할 수 없이 집을 팔고 다리 밑 움막으로 옮겨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내가 "머리를 풀고 옷을 벗고는 개울에 들어간다는데?" 하고 말하자 "이놈아, 씻어야 살지" 하며 목욕 때문이라고 알려주었다.

다음날은 장날이었다. 오후가 되어 장터 구석에 있는 국밥집으로 갔다. 할아버지는 장날이면 흰 두루마기를 입고 그 집에서 친구분들과 어울려 있었다. 할아버지는 내가 찾아가면 꼭 몇 푼의 돈을 주고 사탕이나 사먹으라고 했다. 그날도 돈을 얻어 장터 엿 파는 아저씨를 찾아다니다가 그 아이를 다시 만났다. 그를 끌고 찐쌀 파는 데로 가서 한 홉을 사 손에 쥐어주었더니 한 움큼을 입에 넣고는 나를 보며 눈물을 지었다.

추석이 지나 집으로 돌아가려고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역에서 기차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남루한 옷을 걸친 아주머니가 다가와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더니 내 손에 애 머리만한 누런 호박 하나를 쥐어주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웃으며 "받아라" 하셨다. 그 아이의 어머니였다. 기차에 앉자 어머니는 나에게 "고향은 그렇게 사는 거야" 하였다.

이제 나는 찐쌀 한 움큼을 입에 넣고 앉아 있으면 호박 하나를 들고 역에 나온 아이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누가 삭막하게 하는가를 알 것 같다.


- <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박동규 지음, 대산출판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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