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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엄마

사실 새엄마는 나에게 할 만큼 한다. 하지만 그 여자가 엄마 역할을 하려 발버둥치는 것이 역겨웠다. 초등학교 다닐 때 새엄마는 수시로 학교를 찾아왔다. 나는 4학년 때까지는 가만 내버려두었지만 5학년 때부터는 오지 못하게 했다. 새엄마가 선생님에게 자신도 선생님이었다고 잘난 척하는 꼴이 보기 싫었다.

눈오는 날이었다. 누나와 말다툼하면서 도시락과 용돈 받아오는 것을 잊었다. 그래도 상관없다. 친구들에게 조금씩 얻어먹으면 된다. 3교시가 끝날 때쯤 눈이 비로 변해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짝꿍이 내 어깨를 쳤다. "야, 저기 니 엄마 오셨다." 엄마가 나에게 줄 도시락을 들고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서있었다. 나는 얼른 시선을 창 밖으로 돌렸다.

벨이 울리고 선생님이 교실에서 나가자마자 새엄마가 뒷문을 통해 교실로 들어왔다. 나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앞문으로 나갔다. 그 여자가 지렁이처럼 징그러웠다. 오늘따라 더욱 그랬다. 새엄마가 몸에 걸치는 옷도 싫었고, 얼굴에 화장품 바르는 것도 싫었고, 누군가와 얘기하면서 웃는 것도 보기 싫었다.

나는 화장실에 가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수업이 시작되기 5분전에 교실로 돌아갔다. 내 책상 위에 보자기로 싼 도시락이 놓여 있었다. 나는 그것을 펼쳐보지도 않고 가방에 쑤셔넣었다.

종례를 마치고 친구녀석의 우산을 같이 쓰고 밖으로 나오는데 우산을 받쳐들고 교문 근처에 있는 새엄마가 보였다. "씨...... 저 아줌마 오늘따라 청승이네. 와, 미치겠다." 나는 친구녀석을 보내고 나 혼자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비를 꼬박 맞고 집까지 걸었다. 나를 친자식으로 생각하지 않을 그 여자에게 복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집에 돌아온 나를 보아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물기도 닦지 않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책상 앞에 앉아 만화책을 보았다.

저녁 무렵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 창문으로 내려다보니 새엄마가 비를 옴짝 맞은 채 들어섰다. 우산을 들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받치지 않은 채 내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새엄마가 2층으로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렸다. 나는 만화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내가 거실 테이블 위에 놔두고 올라왔던 도시락이 내가 앉아있는 책상 위로 쿵하고 떨어졌다. "진택아...... 니가 도시락을 먹지 않았으니 나도 오늘밤 저녁을 먹지 않을란다. 앞으로 니가 비를 맞으면 엄마도 비를 맞을 것이고, 니가 칼에 베이면 엄마도 칼로 내 살을 도려낼란다. 너는 내 몸으로 낳은 자식이니까. 알았니?"

"......."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내심 새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곧이어 나타난 내 행동은 엉뚱한 것이었다. 도시락을 풀어 허연 밥과 계란 반찬을 쓰레기통에 쑤셔박았다. 그러고는 빈 도시락통을 벽에 내던졌다. 나는 다시 시선을 만화책에 고정시켰다. 이 세상에서 만화책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는 것처럼.

새엄마는 쓰레기통을 집어들더니 내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러더니 손으로 밥을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책상 위에 올려진 작은 거울에 고개 숙인 새엄마의 얼굴에서 떨어지는 물기가 보였다. 새엄마는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코푼 휴지가 가득한 쓰레기통에서 밥을 퍼서 다 먹고는 조용히 도시락통을 집어들더니 밖으로 나갔다.

다시 적막이었다. 새엄마가 앉았던 침대 가장자리에는 축축한 물기가 배어 있었다. 나는 쓰레기통을 집어 그 속의 물기를 손가락으로 문질러보았다. 새엄마의 눈물이었다. 나는 그 속에 얼굴을 집어넣고 소리 죽여 울었다. 그 옛날 엄마 눈물과 새엄마의 눈물이 겹쳐져 하나가 되어 내 가슴속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그날의 사건은 나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엄마가 나를 버리고 떠난 이후 가장 큰 사건이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새엄마를 엄마라 부를 수 없었다. 그냥 '저기요' 할 뿐이었다. 그날 이후 내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새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가지고 가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가 또다시 학교에 찾아올까 두려웠다.

새엄마도 달라진 것이 있었다. 나에게 소극적이며 조심해하던 그녀가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는데, 학교 밖에서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있었다. 어느 날 방과후 선생님이 나를 교무실로 부르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어머니께 백과사전 고맙다고 말씀드려라."

짐작이 갔다. 선생님은 며칠 전부터 툭하면 브리태니커 사전에 의하면 어쩌고저쩌고 했다. 나는 새엄마에게 뭐하러 그 비싼 백과사전을 선생님에게 선물했느냐고 말하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새엄마가 우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내 콧물이 묻은 밥을 먹는 그녀가 가여웠고, 나에게 오랜 세월 무시당할 만큼 그녀가 그리 천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새엄마를 무시하는 것이 아버지를 무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자각도 들었다. 난 새엄마의 눈물에 금방 철이 들어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라는 말은 영영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새엄마는 자주 학교를 드나들어야 했다. 내가 연이어 사고를 치고 다니기 때문이었다. 새엄마는 선생님과 맞은 아이의 엄마에게 불려가 손이 발이 되게 빌고 뒤로는 치료비를 물어주는 짓을 해마다 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모 재벌그룹의 아들과 싸움을 벌이다가 그 자식이 피하는 바람에 눈을 치고 말았다. 그 집 부모는 나를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새엄마는 학교 교무실에서 그 자식의 엄마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가 자식을 잘못 키워 이렇게 되었습니다. 제 못난 자식에게 벌주지 마시고 차라리 저를 유치장에 보내주세요."

"그런 식으로 유치한 쇼하지 마시고 일어나세요. 진택이 저 녀석은 한번 된퉁 혼나봐야 해요. 어떻게 저런 아이가 이 학교에 들어올 수 있었대요? 오늘 중으로 당장 퇴학시키세요. 그렇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어요."

그때 나는 엄마의 팔을 잡아 올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 이 아줌마 애들 싸움을 가지고 치사하게 나오는데 궁상맞게 찬 데 엎어져 있지 말고 그만 일어나! 아, 경찰에 신고하라고 그래. 그렇지 않아도 나 소년원에서 몇 년 썩고 나와 주먹 길로 나가려고 생각 중이었는데 잘됐지 뭘 그래. 아줌마, 아들에게 일러두세요. 길거리에서 나와 얼굴 마주치는 일 없도록 하라고."

"이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부모들이 있어 점잖게 참고 있던 체육선생님이 얼굴이 벌개져 나를 구석으로 끌고 가더니 엎드려뻗쳐를 시켰다. 몽둥이로 허벅지를 맞으면서도 나는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친구의 엄마는 그런 나에게 질렸는지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있으면 가차없이 퇴학시키고 경찰에 신고할 테니 단단히 교육시키라고 해놓고는 슬그머니 교실을 빠져나갔다.

"엄마, 비굴하게 아무 사람한테나 무릎 꿇고 그러지 마." 교문을 나서면서 나는 말했고, 엄마는 미소를 지으면서 내 손을 잡았다. 내가 새엄마에게 엄마라고 부른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부르지 못한 엄마라는 소리를 한꺼번에 다 토해낸 것 같다. 툭하면 엄마 엄마 했다.


- <바보 같은 엄마>(안의정 지음, 도서출판 바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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