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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를 움직여 온 금과 철
근대과학을 낳은 욕망의 연금술
금은 인간의 욕망을 상징합니다. 금이 불러일으키는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욕망과는 반대로 금은 유한합니다. 그리스 신화의 미다스 왕 이야기는 이러한 금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을 잘 보여줍니다. 이렇듯 어리석을 정도로 금을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연금술’이라는 출구 없는 미로로 인간을 몰아넣습니다. 연금술은 화학적인 수단을 이용해 금을 만들어내려는 시도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고대부터 이루어졌고, 특히 중세에는 많은 사람이 연금술에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금은 희소성에 의해 그 가치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런 금을 인공적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게 된다면 하루아침에 그 가치가 떨어질 것이 뻔한데, 어째서인지 사람들은 그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어리석은 욕망이 뒷받침되었던 연금술이 결국에는 근대과학을 탄생시켰으니 이 또한 재미있는 일입니다.

인간의 심층심리를 연구한 카를 구스타프 융은 “연금술은 지구의 표면을 지배하는 기독교에 대해 ‘지하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황금이 신과 동등하게 평가될 만큼 인간의 의식 아래까지 도달해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황금은 인간의 깊은 잠재의식 속에서 본능을 만족시키고, 상징으로서 이용하기를 재촉하는 그 무언가를 갖고 있다” 고 말합니다. 다이아몬드도 분명 인간을 매료시키는 희귀한 보석 가운데 하나지만 불에 타면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그러나 금은 불에 타도 녹기만 할 뿐 사라지지 않습니다. 또한 부식되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금’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한다는 점, 아찔할 정도로 매력적이라는 점, 또 보편적 가치를 갖는다는 점 모두에서 확실한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름답지 않은 금속 ‘철’이 움직이는 세계사

금과는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금속이 철입니다. 금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전혀 녹슬지 않는 것인 데 반해 철은 부식하기 쉬운 금속입니다. 금은 산출량이 제한되어 있지만, 철은 세계적인 규모로 생각했을 때 생산량이 상당히 많은 금속입니다. 또한 금은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지만 철은 욕망을 자극하지 않습니다.

금은 그 아름다움 때문에 고대부터 많은 미술품과 장식품으로 가공되었지만 철은 그 자체로는 전혀 아름답지 않습니다. 오로지 실용으로 일관하는 철의 매력은 무엇보다 그 ‘강함’에 있습니다. 인류 최초로 철제 기술을 사용한 것은 BC 15세기경 아나톨리아 반도를 지배한 히타이트족 이라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고학의 발전으로 히타이트 이전부터 각지에 철기가 존재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철이 인간의 역사를 크게 움직이게 된 것은 AD 11세기 이후의 일입니다. 11세기경, 유럽에서는 수차의 이용이 급속히 확산되는데, 바로 이것이 제철에 비약적인 진보를 가져다줍니다. 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1,000℃가 넘는 고온을 장시간 유지해야 하는데, 고대에는 그 정도의 고온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작은 용광로에 풀무를 사용해 손으로 누르거나 발로 밟아서 바람을 보내는 방법으로 철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철기의 유용성은 알아도 철의 생산량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11세기, 수차의 보급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수차의 동력을 이용하는 것으로 대량의 바람을 용광로에 불어넣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철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철 생산량이 늘어난 덕분에 12세기에는 농촌에도 철제 농기구들이 사용되었습니다. 철제 농기구는 땅의 개간을 용이하게 만들어 ‘중세의 농업혁명’이라 불리는 대약진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다음으로 철이 큰 변화를 이루는 것은 18세기입니다. 코크스의 사용과 증기기관이 발명됨으로써 유럽에서는 양질의 철을 싼값에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산업혁명은 이러한 제철법의 변화를 토대로 가속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의 철의 공功과 죄罪

세계사는 금과 철이 자동차의 양쪽 바퀴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움직여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욕망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금’이 마음을 부추기고,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실질적인 힘을 가진 ‘철’이 이용되었습니다. 금을 갖기 위해 싸우려고 해도 질 좋은 철을 많이 가진 쪽이 전쟁에서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전쟁에서뿐만 아니라 농사에서도 농기구가 좋지 않으면 충분한 식량을 생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철이 가져다주는 것은 번영만이 아닙니다. 철은 도시를 만드는 동시에 파괴하기도 합니다. 전쟁에서 사용되는 전차, 기관차, 총기, 거대군함은 모두 철로 만들어집니다. 또한 철은 환경도 파괴합니다. 석탄과 코크스가 연료로 사용되기 전에는 제철을 위해 대량의 삼림이 채벌되었습니다. 코크스의 발명으로 삼림채벌은 멈췄지만 철의 생산량 증가와 함께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했기 때문에 제철은 환경파괴의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철이 없었다면 문명은 지금과 같은 놀라운 발전을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철이 없었다면 지구의 환경은 이 정도로까지 빨리 악화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맹렬한 속도로 역사를 만들어왔는데, 그 강력한 동력이 바로 ‘철’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어쩌면 철이 인류의 역사에서 해낸 역할이 금의 그것을 훨씬 능가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중에서
(사이토 다카시 지음 / 뜨인돌 / 296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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