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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 밀착해서 일하고 창조적으로 학습하라
데이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업에서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데이터 기술이 기업에 제시하는 새로운 가능성은 보다 유연하고 빠르게 고객과 상호작용하며 고객의 요구를 잘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고객의 필요와 의견을 중시하는 연구 및 개발작업에 영향을 미쳐, 미리 정해진 계획에 따라 일하지 않고 유연하게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널리 알려진 민첩 개발 방식이다. 민첩 개발 방식에서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베타 버전의 제품을 우선 만들어 사용자들에게 배포하고 사용자들의 의견을 널리 수집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개선하는 작업을 반복하며 개발 주기를 짧고 빠르게 한다. 이 방식은 그동안 규모도 작고 특화된 첨단 IT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들에서만 주로 활용되고 그 밖의 분야나 대기업들에서는 별로 시도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스타트업 기업의 베타 버전에서 발견된 버그와 달리 대기업 시제품의 결함은 명성에 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완제품이 나올 때까지 외부에 노출하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대표적 기업인 GE에서 민첩 개발 방식을 과감히 도입했다. 바로 ‘패스트웍스(FastWorks)’라는 혁신적인 작업 방식이다.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고객의 요구사항을 조사한 뒤 이를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최소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s)’을 신속하게 만든다. 고객이 이 시제품을 시험 삼아 사용한 뒤 내놓은 피드백을 반영해 제품을 개선한다. 그런 다음 다시 고객이 시험 사용하고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빠르게 반복한다. GE는 이 과정을 ‘개발-평가-학습’ 3단계의 반복으로 요약해서 설명한다.

GE는 민첩 개발 방식을 여러 사업 부문에 적용했다. 예를 들어, 일본 GE에서 요양시설의 보행 재활훈련을 받는 사람들과 치료사를 위해 개발한 ‘아유미 아이(AYUMI EYE)’ 프로젝트에서는 센서를 이용해 걸음걸이의 균형 등 움직임 전반을 데이터화하고 이 데이터를 모바일 장치와 연동해 걸음걸이 상태를 시각화했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을 실제 이용하는 고객에게 프로그램 사양의 세부사항을 공개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수정과 개선을 반복한 결과 개발에서 출시까지 통상 1년 이상 걸리던 과정이 3개월로 단축되었다. 그 밖에 대형 발전용 가스 엔진 개발에도 이 방식을 적용해 개발 기간 단축뿐 아니라 비용 감축과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GE뿐 아니라 독일 기업인 KUKA도 민첩 개발 방식을 적극 활용한다. 1898년 설립된 KUKA는 현재 1만 2,300 명이 일하는 글로벌 자동화 선도 기업이다. 이 기업의 주력 분야는 여러 산업 분야에 걸쳐서 자동화를 위한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인 KUKA는 전 세계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역마다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디지털 작업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객의 수요에 최적화된 첨단기술 제품을 협력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KUKA에서도 GE와 마찬가지로 제품 개발 주기를 단축하고 고객의 수요를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방안으로, 민첩 개발 방식의 일종인 ‘스크럼(Scrum)’을 적극 활용한다.

KUKA의 스크럼도 GE의 패스트웍스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포괄적인 제품 설계를 하는 대신 기본 중심의 시제품을 개발해 시범 고객들이 시험적으로 사용하게 한 뒤 피드백을 받아 오류를 바로잡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때 각각의 사이클은 2~4주가량 걸리며 이를 ‘스프린트(Sprints)’라고 부른다. 스크럼 방식을 통해 KUKA가 얻고자 하는 바는 개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조기에 발견해 해결하여 고객의 요구에 초점을 맞춘 고성능 제품을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개발하는 것이다. KUKA의 스크럼 방식에서 특징적인 것은 개발과 계획이 소규모 단계별로 자기조직화된 팀들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 팀들은 매일 10~20분간 작업 미팅을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외부로부터 필요한 지원을 얻기도 한다.

창조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또 다른 독일 기업으로 소프트웨어 AG(Software AG)가 있다. 1969년 독일 다름슈타트에 설립된 소프트웨어 AG는 전 세계에 걸쳐 5,000여 명의 직원이 일하며 SAP와 함께 독일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소프트웨어 AG는 주력 사업 분야인 디지털 비즈니스 플랫폼(DBP) 개발에서 끊임없이 학습하고 개선하는 학습 조직을 실현하기 위해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디자인 싱킹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사람들을 관찰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소비자를 이해하고 영감을 얻은 다음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는 확산적 사고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찾는 수렴적 사고를 반복해 통합된 아이디어 창출을 시도한다. 그리고 실험적 시도와 오류 수정 과정을 반복해 혁신적 결과를 얻는 창의적 문제해결 방안을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관찰하고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한편,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을 위해 이질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참여해 다양한 관점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시제품을 만들고 다듬어갈 때도 그동안 제안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종합하고 고객들의 피드백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노력한다.

GE나 KUKA처럼 고객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며 작업하거나 소프트웨어 AG처럼 디자인 싱킹을 활용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업에서는 새로운 작업 방식에 걸맞은 기업문화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다양하고 이질적인 사람들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개방적인 기업문화가 필요하고, 협력적 작업에 요구되는 신뢰와 팀워크를 위한 작업팀의 자율성 보장 및 민주적 리더십이 필요하며, 오류와 실수에 대한 관용이 허용되어야 한다.

- 『4차 산업혁명, 일과 경영을 바꾸다』 중에서
(4차 산업혁명과 HR의 미래 연구회 외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384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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