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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최대의 도박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다. 막대한 금액의 뇌물수수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된 전 대통령은 명확한 증거와 측근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조작이고 허위라며 검찰의 조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특히, 그가 교회의 장로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그의 비위 사실과 거짓에 분노하며,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탐욕과 거짓을 일삼을 수 있는가 하고 비난한다. 하나님을 믿는다면 도저히 그럴 수 없기에 그는 결국 하나님의 존재를 믿지 않고 나아가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존재 여부는 아마도 모든 인간이 품고 있는 가장 큰 의문이자 죽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불확실의 영역에 속한다. 과연 하나님은 존재하고, 하나님을 믿어야 갈 수 있다는 천국은 존재하는 것일까.

일찍이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방법에 대해 고심해왔던 파스칼은 그의 저서 『팡세』에서 확률에 기초한 ‘기댓값(expected value)’의 개념을 통해 하나님이 존재할 확률이 아무리 작다 하더라도 하나님을 믿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것이 유명한 ‘파스칼의 내기’이다. 물론 하나님의 존재를 100% 확신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존재 확률을 50% 또는 아주 적은 수로 가정하는 파스칼의 태도가 불경스럽기까지 하겠지만 신의 존재를 믿지 않거나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천국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천국에 가기 위해 아마도 자신의 전 재산을 기꺼이 내놓으려 할 것이다. 실제로 성경에는 이를 잘 보여주는 예화가 있다.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어떤 사람이 그 보물을 발견하고 다시 밭에 숨겼다. 그는 매우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그 밭을 샀다.”(마태복음 13장 44절)

여기서 보물은 천국을 의미한다. 그런데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혹시 그 보물이 가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일 그 보물이 진짜라면 그는 자신에게 찾아온 커다란 행운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파스칼이 설명한 대로 그 보물이 진짜일 확률이 매우 낮아, 예를 들어 1억 분의 1이라면 천국의 기댓값은 낮아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천국이 존재한다면 천국에서의 행복은 그야말로 무한하기 때문에 무한대×1억 분의 1은 무한한 행복인 것이다. 즉, 0.000001의 천국이라 하더라도 무한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복권의 경우를 한번 생각해보자. 어떤 복권의 당첨 상금이 1,000억 원이고 당첨 확률이 1억 분의 1이라면 복권의 기댓값은 1,000원이 되고, 복권의 가격도 대략 1,000원이 된다. 이 경우 요행을 바라며 1,000원을 버리는 셈치고 복권을 사는 사람도 있고, 도박을 싫어해 단돈 1,000원일지라도 아예 복권을 사지 않는 사람도 있다. 당첨 확률이 너무 낮아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거나 또는 1,000억 원이라는 거액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일 그 대상이 천국행 티켓이라면 과연 아무 생각 없이 포기하거나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정말 1,000원을 투자해서 무한한 행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면 아무리 도박을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1,000원을 기꺼이 투자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100% 하나님의 존재를 믿듯이 무신론자들은 아마도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100% 믿을 것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만에 하나, 아니 1억 분의 1이라도 하나님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면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은 실로 인생 최대의 도박이 되는 셈이다.

천국이 존재할 확률이 1억 분의 1이라도 천국의 무한한 가치 때문에 천국의 기댓값 역시 무한한 행복이고 이 경우 복권 가격 결정 논리에 따르면 천국행 티켓의 가격도 무한대여야 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천국행 티켓의 값은 매우 작다. 그저 하나님을 믿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마치 1,000원으로 복권을 사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아주 조금이지만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삶을 살아나가면 된다. 그렇게 매일매일 조금씩 천국행 티켓을 사는 마음으로 하나님을 믿고, 선행을 베풀다 보면 당첨 확률은 더욱 높아지고 결국은 하나님을 100% 믿게 되지 않을까?

지금 인터넷상에는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미투’의 가해자들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 글들을 보며 문득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나 역시 먹고살기 위해서, 또는 이 정도는 남들도 다 한다며 수많은 거짓과 부도덕, 나쁜 짓을 저질렀다. 지금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있지만 나 또한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면 그와 똑같이 어쩌면 그보다 더 크게 악행을 저질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인간은 모두 거기서 거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옛말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남을 비난하기 전에 나 자신부터 되돌아보자. 그리고 우선은 첫걸음부터 시작하자. 천 번 중에 한 번은 거짓이 아닌 진실을 말한다는 마음으로, 백 번의 나쁜 마음 중에 한 번은 착한 마음을 갖겠다는 마음으로 천국행 티켓을 하나하나 쌓아 나가다 보면 먼 훗날 정말로 천국에 도착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천국을 마음에 품고 하루하루를 선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팡세』 중에서
(블레즈 파스칼 지음 / 범우 / 438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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