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2000년 8월17일자(1616호)]

해외신간 핵심 간추린 요약본 사이트 인기

학창시절을 돌이켜볼 때, '커닝 페이퍼'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쯤은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시험에 꼭 나올 듯한 핵심내용을 족집게처럼 간추린 커닝 페이퍼는 얼마나 달콤한 유혹이었던가. 최근 정보화사회에서 꼭 필요한 지식만을 담은 커닝 페이퍼 같은 콘텐츠를 내세운 사이트들이 등장해 인터넷 시대의 '수험생'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세계의 지식정보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콘텐츠로 출발한 사이트는 최근 오픈한 '북코스모스'(대표 최종옥, www.bookcosmos.com)와 지난해 출발한 '네오넷코리아'(대표 장규성, www.summary.co.kr)다. 이들 사이트는 책 한 권 보기 어려운 바쁜 현대인들에게 '지식의 약도’를 그려준다는 점에서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7월 10일 국내 미출간 해외신서를 그 핵심만 간추려 발빠르게 전한다는 모토 아래 문을 연 북코스모스는 경제, 경영 분야를 비롯해 동서양 고전 300여종을 가이드북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미국의 맥그로힐,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 출판부, 일본의 고서방(こう서방) 등 20여 출판사와 정식으로 저작권을 계약했다. A4용지 10장 미만의 분량에 각 전문 필자들의 리뷰도 볼 수 있으며, 매주 10여 종씩 업데이트된다. 북코스모스는 이들 책의 저작권 관련 업무도 적극 추진한다. 앞으로 오디오북까지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

동서 고전 분야의 목록 선정과 집필은 영미문학연구회, 한국러시아 문학회, 철학아카데미, 한국종교연구회 등에서 활동하는 교수 등이 참여했고, 경제, 경영 분야는 서울대 조동성, 김세원 교수 등의 자문을 받는 등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자랑한다. 또한 미국의 하버드, 버클리 대학을 비롯한 해외 유명 대학의 학교동향과 함께 저명 학자들의 공개강연을 중계, 전 세계의 지식동향을 PC를 통해 전해줄 예정이다.

'나눔의 정신'을 구현한 것도 이 사이트의 미덕. 각 편당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500원인데, 상품권을 구입해 가이드북을 40회 이용한 고객에게는 주식 1주(액면가 500원)를 자동 배정해 주주의 자격을 준다. 이용실적에 따라 일정액을 무의탁 노인 및 장애인 돕기 성금으로 전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네오넷코리아는 지난해 7월 개통한 국내 최초의 요약본 사이트. 국내외의 최신 비즈니스 서적을 엄선, A4용지 4장 분량에 책 내용을 요약 정리해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현재 경제·경영서를 위주로 총 196권의 요약본을 서비스하며 매주 신간 두 권을 업데이트한다.

이 사이트의 간판격인 '주간 NBS'(Neo Business-book Summary)는 미국과 일본의 비즈니스 베스트셀러를 요약, 세계 지식경영의 핵심을 단 몇 번의 클릭으로 받아볼 수 있다. 이 요약본은 제목, 저자명, 발행지정가 등의 판권 관련 사항과 함께 목차 및 핵심내용, 저자소개 등으로 꾸며져 있다. 일본과 미국의 요약 서비스 전문업체와 저작권 계약을 체결, 요약 원문을 번역 서비스하고 있다.

이밖에 해외 유명 신문의 사설, 칼럼을 담은 특별기획, 경제, 경영 뉴스, 비즈니스 명언, 독자 서평 등도 제공한다. 해외 마케팅 자문위원, 국내 마케팅 자문, 법률 고문 등의 전문가들이 포진해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이들 사이트의 공통점은 수요층이 확실한 콘텐츠의 유료화로 수익 모델을 삼고 있다는 점이다. 북코스모스는 저작권 업무와 정기 구독 회원제를 병행하며, 네오넷코리아는 주간 NBS를 중심으로 연간 유료 회원제(연 6만5000원)를 운영한다.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는 지식과 정보의 카오스 속에서 헤매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 사이트들은 정말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가늠할 지식의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녕 책 한 권 읽을 틈이 없다면, 친절하고 알뜰하게 책의 알맹이만 간추린 우리 시대의 커닝 페이퍼를 슬쩍 열어보자.
- 박천홍 출판저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