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품고 사는 하늘 아래 첫 동네_ 삼척의 여삼마을
꾸불꾸불한 길을 자동차가 한참 거친 숨을 토해내야 도착하는 곳, 여삼마을. 그렇게 헐떡거리며 여삼마을에 막 도착한 사람들은 누구나 이렇게 말한다. “도대체 이런 산꼭대기에 어떻게 해서 마을이 생겨났을까?”

산 위에 있지만 마치 병풍을 둘러친 듯 먼 산의 산세가 사방을 둘러싼 모습이다. 멀리 동쪽으로는 동해가 내려다보이고 서쪽으로는 태백산맥의 웅혼한 산세가 구름 속에 잠겨있다. 게다가 분지 형태를 이루고 있어서 생각과 달리 포근하고 아담하기까지 했다. 세상과의 거리보다 하늘과의 거리가 가까울 듯싶은 구름 속의 마을. 구름 가장 가까운 곳의 이슬을 모아 장뇌삼과 곤드레나물을 재배하는 사람들, 그들은 농부이자 신선들이다.

시누대 병풍 둘러쳐진 앙증맞은 무릉언덕_ 홍성의 죽도
죽도는 아직까지 외지인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작은 미지의 세계이다. 내가 그렇게 여기저기 헤집고 다녔지만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누구의 눈길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곳, 에덴의 아담처럼 발가벗고 살아도 좋을 곳…. 조그만 모래사장 언덕에 비치파라솔을 치고 그 아래 앉는 순간 섬은 곧바로 개인전용 해수욕장으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낭만을 찾아 오붓한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에 이곳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세상에 이런 운치 있는 언덕이 또 있을까? 멀리 탁 트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의 오른쪽엔 울창한 시누대숲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왼쪽 능선에는 정원 같은 아담한 밭에 복숭아나무 몇 그루가 가지마다 연분홍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나는 풀밭에 누워 이제는 안개가 걷혀 투명하게 맑아진 하늘의 흰 구름들을 바라보았다. 나 자신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완전히 자연의 일부가 된 듯싶었다.

- 『아름다운 가출』 중에서
(홍순응 지음 / 프리윌 / 272쪽 /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