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의 일화다.
술이 얼큰하게 취한 한 정승이 옆에 앉은 설중매라는 유명한 기생에게
희롱을 걸기 시작했다.

"얘, 설중매야. 소문을 듣자 하니 너는 아침에는 동쪽 집에서 밥을 먹고,
저녁에는 서쪽 집에서 잠을 잔다고 하던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오늘 밤에는 정승인 나하고 같이 잠자는 것이 어떻겠느냐?"

정승이 일등공신이라는 우월감에 젖어 한껏 거드름을 피워가며 말하자,
좌중의 여러 신하들은 손뼉을 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자 잠자코 듣고만 있던 설중매는 정승의 얼굴을 뚫어지게 노려보다가
말했다.

"대감님 말씀은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소문대로 동쪽 집에서 밥을 먹고 서쪽 집에서 잠을 자는 이 설중매와
어제까지는 고려 왕을 섬기다가 오늘은 조선 왕을 섬기는 대감이
함께 어울린다면 그야말로 천생연분이 아니겠습니까?"


-출처 : 살 맛 나는 유머 / 나무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