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부자지만 구두쇠로 소문난 사람이 화가를 찾아왔다.
그리고는 그림을 부탁했는데, 화가가 요구한 금액의
반만 지불하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화가는 결국 그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부자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화가의 얼굴이 어쩐지 묘했다.
며칠 후 부자가 그림을 확인하고자 화실을 찾아갔다.
그런데 화가가 보여준 캔버스에는 빨간 점만 가득 찍혀 있었다.
부자가 물었다.

"도대체 이게 뭔가?"

그림을 쓱 보더니 화가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을 쫓아 홍해를 건너는
이집트 군대의 이야기입니다. 빨간 점이 홍해지요."

어리둥절한 부자가 다시 물었다.

"그럼 이집트 군대는 어디 있고 이스라엘 백성은 또 어디 있나?"

화가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그 유명한 이야기를 모르시나요? 이집트 군대는 모두 물에 빠져 죽었고,
이스라엘 백성은 다 홍해를 건너갔지요."

그제야 부자가 얼굴을 구겼다. 역시나 부자 못지 않게 계산이 철저한 화가다.

-출처 :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 / 갤리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