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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삶에 있어서든 기업경영, 나아가 국가경영에 있어서든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상황과 관계 속에서 바람직한 성과를 얻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수립해야만 하고 이러한 전략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일종의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게임에서 모든 경기자들은 자신에게 가장 우월한 전략을 선택하기를 원하지만 게임은 경기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전략 결정의 과정이기 때문에 반드시 자신의 전략과 다른 경기자의 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각 경기자들은 다른 경기자들이 모두 자신에게 가장 우월한 전략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가장 우월한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데 모든 경기자에게 가장 우월한 전략의 조합이 바로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균형이며 각 경기자들은 이러한 균형 상태를 깨뜨리려 하지 않는데 이것을 내쉬균형이라고 한다. 게임이론의 핵심은 바로 이 내쉬균형을 찾는 것이며 이를 통해 경기자들의 전략적 선택을 예측할 수 있다. 내쉬균형을 찾는 것은 ‘상대방이 이 전략을 선택한다면 나는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내가 이 전략을 선택한다면 상대방은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 등의 상호작용을 고려함으로써 안정적 특징을 가진 전략의 조합을 도출해내는 것이다.

중국 화녕그룹 기술경제연구원 전략연구실 부주임을 역임한 게임이론의 매니아 자오융이 저술한 『삼국지와 게임이론』은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경쟁하고 협력하는 가운데 변화무쌍한 지략이 난무하고 그에 따라 개인의 희비가 엇갈리고 한 나라의 명운이 좌우되는 장대한 역사서 속의 상황들을 현대적 게임이론을 통해 보다 친근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에서부터 진무제의 천하통일에 이르기까지 위·촉·오 삼국 역사 속의 주요 사건들에 대해 게임의 모형을 수립하고, 내쉬균형을 찾아 이를 해석하고, 각각의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전략적 선택의 공과를 평가함으로써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흥미를 돋우고 나아가 우리가 당면하는 문제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사고의 틀을 제공하고 있다. 게임이론을 통해 다음 사건을 살펴보자.

원소, 손견, 조조 등이 이끄는 반동탁 동맹군이 28만의 대군으로 압박해 오자 동탁은 우선 장수 화웅을 급히 내보내 적을 맞이하도록 한 후, 20만 대군을 이끌고 이유, 여포 등과 함께 호뢰관으로 향했다. 동탁의 군사가 병력면에서는 열세였지만 전진 기지는 사나운 화웅이 맡고, 후방에는 용맹한 여포가 버티고 있는데다 지략이 풍부한 이유가 보좌하고 있었다. 반면 동맹군은 병력에서는 우위였으나 사기 충만한 장수가 없었다.(당시 관우, 장비는 아직 직함이 없는 무명 장수에 불과) 그러므로 동탁군과 동맹군의 군사력은 비등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전투는 게임이론에서 치킨 게임에 해당되는 사례로 이 게임의 경기자는 실력이 막상막하인 두 마리의 닭과 같다. 두 닭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고 할 때 각자 전진과 후퇴를 선택할 수 있다. 두 마리 모두 전진을 선택한다면 힘이 거의 대등하기 때문에 두 마리 모두 큰 상처를 입어 승부를 가리기 힘들다. 어쩌면 어느 한쪽이 죽어야 싸움이 끝날 수도 있다. 이 경우 양쪽이 얻는 보수는 모두 -3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한쪽이 전진하고 다른 한쪽이 후퇴를 선택한다면 전진하는 쪽은 아무 노력 없이 승리하게 된다. 이 경우 얻는 보수를 +2라고 하자. 후퇴를 선택한 닭도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죽기 살기로 싸우다 몸이 망가지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보수를 0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두 마리 모두 후퇴를 택한다면 양쪽 모두 얻는 것이 없기 때문에 보수는 0이 된다. 따라서 치킨 게임에서는 우위를 선점해야만 승리할 수 있고, 우위를 선점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싸움을 포기하고 물러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물론 후퇴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더 큰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후퇴 역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점이다. 전진하기로 한다면 더 용맹한 쪽이 승리할 것이고, 후퇴란 더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남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기회를 발견했다면 현재의 교착 상태를 포기하고 물러나는 것이 전략적으로 현명한 행동이다. 이것이 바로 레드오션을 초월해 블루오션을 창조하는 전략이다.

동탁이 여포를 내보내 동맹군측의 장수들을 모두 패퇴시키자 동맹군측은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 그때 유비와 관우, 장비가 힘을 함해 여포를 꺾었다. 그러자 동탁 진영은 전의를 상실했다. 동탁은 손견에게 화친을 청했지만 손견은 매몰차게 거절했다. 동탁은 딜레마에 빠졌다. 전진할 것인가, 후퇴할 것인가? 이때 동탁은 과감하게 철수를 결정했다. 갑작스런 동탁의 철수에 원소와 조조 등 반동탁 연합의 제후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탁의 이 후퇴는 사실 고도의 전략이었다. 동탁이 치킨게임을 포기하고 물러나자 싸울 상대를 잃은 18로 제후들은 우왕좌왕했다. 동탁이 장안으로 퇴각함으로써 낙양의 게임 판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동맹군과 동탁 사이의 치킨게임이 18로 제후 사이의 게임으로 변화된 것이다.

이와 같은 게임이론이 제공하는 사고의 틀은 오늘날 수많은 경기자들과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과 상대방의 전략을 고려하여 게임 모형을 수립하고 내쉬균형을 모색하도록 도움으로써 당면한 문제를 보다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길로 인도할 것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