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출판사 대표 한 분이 나를 찾아와 이번 달에 나온 책을 한 권 내놓으며 정말 요즘은 책을 내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책을 안 읽는 사회 분위기에, 아무리 좋은 책을 내도 작은 출판사는 마땅히 홍보할 방법도 없어 출간한 책이 고스란히 재고로 쌓일 때마다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더욱이 최근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불황의 그늘이 점점 짙게 드리워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탓에 필수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책의 판매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나날이 책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동안 우리 모두가 입시 위주의 교육에 길들여져 책을 읽는 습관을 키우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젊은 층은 게임, 스포츠, 각종 연예 프로그램 등 수많은 오락거리에 혼을 빼앗겨 책 읽을 시간도, 의지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를 ‘독서의 해’로 지정하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 국민이 독서를 생활화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다양한 독서운동 활성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독서를 통해 개인이나 기업을 넘어 우리 사회가 얻게 될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한 한 사람 한 사람의 독서가 우리 사회에 유익한 영향을 끼치고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삶을 살찌우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 건전한 독서 문화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필자 역시 우리의 젊은이들이 나날이 책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강제로라도 책을 읽게 만들자는 마음에서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독서능력검정을 실시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북코스모스 홈페이지에, 한 권의 책 속에서 감동적인 문장 또는 책의 핵심이 되는 문장을 남기는 <1분 독서> 코너를 마련했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사람들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한 문장이라도 읽고 그 내용 혹은 그 책에 대해 생각하게 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에 흥미를 갖게 되고 건강한 독서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다행히 최근 한 기업에서 우리가 제공한 <1분 독서> 영상을 사내 IPTV에 방영하기 시작해 마음이 흐뭇했다. 조금 더 욕심이 생겨 ‘<1분 독서> 영상을 지하철이나 KTX 내부에서 방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길거리 곳곳에 설치된 전광판이나 지하철 광고판 등에도 <1분 독서> 영상이 방영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전 국민이 책에 관심을 갖게 하는 의미 있는 일이니까 잘 하면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관련 기관과 업체에 접촉해 보았다. 돌아온 답변은 일단 <1분 독서> 영상을 광고로 본다면 광고비 자체가 엄청났고, 공익 차원이라면 정부부처의 공지사항이라 하더라도 방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처음부터 거대한 장벽이었다. 하지만 가치 있는 일이기에 용감하게 도전해볼 생각이다. 열심히 돈을 벌어 광고비를 내고 광고 형태로 하든 관련 기관에 제안해 공익 차원에서 접근을 하든 아니면 출판사와 뜻있는 기업들의 힘을 모으든 분명 길은 있을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축구를 비롯해 각종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많은 금액을 기부하고 적극 후원하고 있다. 국력 신장과 국위 선양 등을 위해 스포츠 분야의 적극적인 후원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스포츠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더욱 더 중요한 것이 국민들이 책을 읽는 것 아니겠는가.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국력 신장을 위해 국민들이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우리 사회에 책을 읽는 문화가 더 이상은 뒷걸음치지 않도록 부디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독서 문화 증진에 기여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물론 독서 문화 증진을 위해 후원한다고 해서 당장 기업에 수익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정 의미 있는 일이라면 한번 해볼 만한 일이 아닌가.

“네? 판소리 전집이라고요?”
『뿌리깊은나무 판소리 전집』을 내겠다는 한창기 사장의 말에 편집부장은 펄쩍 뛰었습니다.
“사장님, 회사에 그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윤 부장!”
한 사장은 자금 걱정을 하는 부장의 말을 잘랐습니다.
“사람이 말이지, 의미 있는 일을 하려면 돈을 낙엽처럼 태울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일세.”

- 『책바보 한창기 우리 문화의 뿌리 깊은 나무가 되다』

‘제1회 한국독서능력검정’도 그렇고, <1분 독서> 영상을 지하철과 전광판에 띄우겠다는 생각도 그렇고 모두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한동안 ‘과연 될까’ 하는 망설임도 있었고, ‘괜히 돈 써가며 비웃음만 사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의미 있는 일을 하려면 돈을 낙엽처럼 태울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리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도전한다. “도전은 힘이 들 뿐 두려운 일이 아니다”라는 안철수 원장의 말에 힘을 얻는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책바보 한창기 우리 문화의 뿌리 깊은 나무가 되다』
(김윤정 지음 / 청어람미디어 / 138쪽 /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