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에는 많은 방법들이 있다.
나는 그 방법들을 배우느라 많은 시간을 지불했다.
칭찬을 받는 방법, 미적분을 푸는 방법, 돈을 버는 방법,
글을 쓰는 방법, 식물을 기르는 방법 따위.
나는 많은 일들을 방법에 기대어 해결했고, 얻었고, 영리하게 살았다.
기다리는 방법과 사랑하는 방법도 필요했는데 배우지 못했다.
절실한 공부는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 자주 분란을 일으켰고,
기다리지 못해 많은 관계를 그르쳤다.

나는 집을 짓는 목수가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집은 어떻게 짓는 것인가를 물었다.
그는 나무를 베어 짓는다고 말했다.

나는 나무는 어떻게 베느냐고 물었다.
그는 톱과 도끼를 내게 보여주었다.
나는 그것들은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목수는 대장장이에게 가보라고 했다.
나는 대장장이에게 가서 톱과 도끼를 어떻게 만드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모루와 풀무와 쇠망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그것들은 어떻게 만드느냐고 물었다.
그는 모루와 풀무와 쇠망치가 있어야 그것들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답답해서 그에게 다시 물으려다 입을 다물었다.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방법에 기대지 않고 시간에 기대어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다가 나는 알았다.
기다린다는 것은 그가 오는 동안 나도 그에게 가는 일이란 것을.
멈춤이 아니라 끊임없는 운동이란 것을.
그것이 사랑의 법칙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기다리는 방법을 찾아 헤매지 않고 기다림의 등불을 켰더라면
사랑은 벌써 내게 도착했을 것이다.
덜 고달프고 덜 방황했을 것이다.
너무 많이 배우느라, 영리하게 구느라
이 단순한 사랑법을 오래도록 깨우치지 못했다.
사랑은 사랑하면 되는 것!

- 『그토록 붉은 사랑』 중에서
(림태주 지음 / 행성B잎새 / 328쪽 /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