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디스 브릴스 지음/김태항 옮김/청년정신/202쪽/10,000원)

1972년 처음 휴렛 패커드라는 회사를 처음 알게 된 이래, 그 회사의 이름은 내게 개혁의 이미지로 비춰진다. 업무차 만났던 휴렛 패커드 직원들도 회사가 항상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 휴렛 패커드가 새로운 CEO를 초빙했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개혁이 시작되리라고 예측했다.

새로 영입된 CEO는 이전의 CEO들과는 달랐다. 우선 그는 양복을 입지 않았다. 여자였으니까.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가 이전에 컴퓨터 업계에서 전혀 근무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칼리 피오리나는 휴렛 패커드 역사상 관련 산업에서 근무해 본 경험이 없는 첫 번째 CEO였다.

1999년 10월, 그녀는 『포춘』과의 대담을 통해 이사회에서 했던 말을 전했다.

"보세요! 현재 휴렛 패커드의 문제가 컴퓨터 전문지식이 아닙니다. 그런 지식을 가진 사람은 회사 내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나는 중요한 핵심을 신속히 골라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내가 컴퓨터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보안할 수 있는 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최고의 공학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나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전략적 비전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녀는 취임을 한 뒤, 조직 개혁 계획을 선포했다. 고참 중역들은 최소한 1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중역들에게 3개월 안에 계획을 완수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결국 그녀의 말대로 되었다.

휴렛 패커드 경영방식(H-P Way)은 수십 년 간 이어온 것으로, 종업원들의 지지와 존경을 받아온 전통이었다. 그것은 창업자인 윌리엄 휴렛과 데이빗 패커드가 창고에서 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 정한 규약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즉 종업원들은 존경받아야 하며, 회사는 단기적인 이익추구가 아닌 장기적인 비전을 추구하고, 회사가 커졌을 때 종업원에게 이익을 분배한다는 것이었다. 휴렛 패커드 사가 종업원의 권익을 존중하고 인력 관리가 훌륭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새로운 CEO인 피오리나는 이러한 전통 경영방식에서 벗어나는 듯 보였고, 이에 따라 경영자들은 그녀가 휴렛 패커드의 경영철학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하고 루슨트 테크놀로지에 들어가 중역이 되기 전에 그녀는 휴렛 패커드 사에서 비서로 일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웃사이더였던 피오리나가 보기에 휴렛 패커드 경영방식은 바뀌어야 했다. 그녀는 현대적 의미의 휴렛 패커드 경영방식을 구상했다. 그리고 그 구상대로 취임 후 3개월 뒤에는 회사의 이익 공유 프로그램을 폐기했다. 즉 기존의 이익 동등 비례배분제가 아니라 실적에 근거한 보너스 지급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한 피오리나가 CEO로 취임했을 때, 휴렛 패커드 산하에는 80개 이상의 사업체가 있었다. 우선 유사한 기업을 합치고, 부서 숫자를 재조정했다. 물론 이 역시 휴렛 패커드 전통적 경영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근무해 왔던 중역들과 종업원들은 크게 놀랐다. 종업원들 사이에 갑작스러운 변화에 준비가 되어 있아 결코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팽배했다. 분개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굽히지 않고 추진해 나갔다.

불평은 어디에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휴렛 패커드 경영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그녀의 계획은 실패할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고, 또한 실패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러한 불평과 저항에 굴복한다면 이미 CEO로서 자격미달인 셈이다. 왜냐하면 CEO는 회사를 다음 세대로 인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CEO들은 리더로서의 기능을 잘 수행해내지 못한다. 피오리나는 바로 그런 점에서 다른 CEO들과 달랐다..

개혁이 이루어진 후, 휴렛 패커드의 성장속도는 눈부실 정도였다. 또한 주식도 새로이 성장하는 주식으로서 인식되었다.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는 한 발전은 없다. 이것은 자신이 배출해 낸 공기를 다시 마시는 꼴이며, 어느 순간 질식하게 마련이다.."

-『사연 많은 거위가 황금알을 낳는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