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 지글러 지음/최종옥 옮김/비전과리더십/2004년 1월/196쪽/9,000원)

얼마 전 가까이 지내는 중소기업체 사장 한 분이 내게 서운한 마음을 토로했다.

K 사장은 약 4년 전에 창업하여 어려운 고비를 극복하며 사업을 해오고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올랐지만 아직도 자금상 여유가 많은 편은 아니다. 게다가 일부 자금 흐름에 차질이 생겨 급여일에 직원들에게 50% 밖에 급여를 주지 못했고 다행히 다음날 오전에는 반 수 이상의 직원들에게 100%를 지급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날 오후 원래 약속이 되어있었던 업계 동호회 마라톤 모임에 나갔다. 다음 날 아침 회사에 출근해보니 한 직원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이메일이 왔다고 한다. "직원들 월급도 다 주지 못하고 어떻게 사장이 한가로이 운동이나 할 수 있느냐? 사장이 책임감이 없다. 회사에 비전이 없다." 이 메일을 받고 K 사장은 이어지는 연휴 3일 내내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정말 자신이 책임감이 없는 사장일까? K 사장은 내게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창업을 한 후 지난 4년간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회사일에 매달렸습니다. 직원들에게는 토요 휴무를 주고 나는 토요일에 회사에서 당직을 섰습니다. 사업구조상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고 이렇게 적자가 나는 상황 속에서도 직원들 급여는 매년 8% 정도씩 인상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월급이 며칠 늦어지니까 단박에 책임감 없는 사장이 되더군요. 물론 제 날짜에 급여를 지급하지 못해 직원들에게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마련해 제 날짜에 직원들 급여를 주어야 했겠지요.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제 주변에서 돈 빌릴 데는 다 빌렸고 투자 받을 만한 곳에서는 다 받아 이제는 더 이상 외부에서 자금을 들여올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4년간 노력한 끝에 매출도 크게 신장되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이제는 외부로부터의 자금 유입 없이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고 금년에는 상당한 규모의 이익도 예상됩니다. 그런데 직원으로부터 그런 메일을 받고 나니 참 서운하고 맥이 빠지더군요."

나 역시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터라 K 사장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찡해왔다. 리더는 장기적인 비전과 안목을 가지고 나아가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꿋꿋하게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팔로어(follower)들은 눈앞의 돌부리를 피하는데 급급해 종종 리더의 비전과 목표를 보지 못한다. 리더에게 리더로서의 역할이 있듯이 팔로어들 역시 공동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리더를 따르고 리더와 협력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필자가 최근 번역한 지그 지글러의 『정상의 법칙』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온다. "지구상에서 30억의 인구가 매일 밤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잠자리에 든다. 그러나 그보다 많은 40억의 인구가 매일 밤 따듯한 격려의 말 한 마디를 아쉬워하며 잠자리에 든다."

팔로어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격려 받지 못한 리더들만큼 고독한 사람은 없다. 실직자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가장, 혹독한 외부 환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경영자,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 이들 모두 고독한 우리의 리더들이다. 시련에 직면하여 고독한 우리의 리더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내자. 우리의 리더들이 오늘 밤 고독함에 잠 못 이루는 대신, 내 가족, 내 종업원, 그리고 국민들의 따듯한 격려를 느끼며 잠들 수 있게 하자. 그리하여 새날의 아침에는 희망을 가지고 리더로서 다시 우뚝 설 수 있도록 하자. 이땅의 리더들이여 지금 당신에게 주어진 이 시련과 고독은 결국 당신을 더욱 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함이리라.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