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의 출발지, 서안의 안정문을 나서며
중국의 과거를 보려면 서안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과연 서안(원래는 창안)은 천 년의 고도답게 고색창연한 빛이 감도는 곳이다. 세계의 중심이 유럽이 되기 이전, 적어도 8세기까지 이곳은 세계의 중심이자, 세계 최대의 도시였다. 이는 당나라의 영향이 컸다. 이민족과의 갈등과 극복에서 출발한 당나라가 이곳을 세계인의 도시로 만들었다. 그들은 모든 문화를 받아들일 열린 마음을 가졌다.

실크로드의 여정을 시작하고자 바로 이 시안을 찾았다. 과거 실크로드의 첫 발걸음은 시안 성문을 나서는 것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아침 일찍 안정문에 발을 디뎠다. 안정의 의미를 담고 있는 안정문을 통과하며 실크로드 답사가 안전하게 그리고 의미 있게 이루어지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성문을 나섰다. 신비로운 실크로드를 찾아서…

실크로드, 신비로운 문명과 조우하다
실크로드, 그곳에는 모래를 먹고 덮고 자는 사람, 보잘것없는 한 끼 식사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 초원 위에서 홀로 경건하게 기도를 드리는 사람, 당나귀 수레에 앉아 졸고 있는 사람, 낯선 이방인에게 나이차를 내어주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한 잔 술과 음악에 취해 한을 노래하고 신명나게 춤을 추는 사람도 있다. 거대한 풍력발전소와 꺼지지 않는 유전의 불꽃이 있는 곳도 실크로드다.

중국사람들은 말한다. 중국의 과거를 보려면 서안에 가고, 현재를 보려면 북경에 가고, 미래를 보려면 상해에 가라.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중국의 역사를 알고 싶으면 실크로드를 따라가라고.

실크로드가 그저 동서양의 무역 통로이고, 문화의 전파 경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착각이다. 실크로드는 고대부터 그곳에서 살아왔고 현재도 살고 있는 소수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존재하는 곳이기에 더더욱 매력적인 곳이다. 실크로드 위에서 햇빛에 바래 신화가 되고, 달빛에 물들어 전설이 된 이야기가 어디 한둘이랴. 실크로드에 우리가 잊었던 그 무언가가 있기에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 아니겠는가.

듣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단어, 실크로드!
중국여행전문가 심형철의 신비로운 실크로드의 문명을 만나는 『꿈의 실크로드를 찾아서』. 2,000여 년 전, 중국의 장건이 첫발을 내디딘 후, 동양과 서양을 잇는 무역의 중심이 되었지만 지금은 황량하게 잊혀져 가고 있는 실크로드 여행기다. 사막과 오아시스와 초원에서 만난 실크로드 사람들을 통해 실크로드의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저자가 실크로드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의 일상생활과 직접 부딪치며 그들의 삶, 그리고 사상과 역사를 배우고, 그것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낸 것이기에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실크로드의 자연과 사람들을 찍은 사진이 풍부하게 담겨져 있어 우리의 감성을 유혹한다. 아름다운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이 반갑게 맞아주는 곳으로 떠나보자.



-『꿈의 실크로드를 찾아서』중에서
(심형철 지음 / 포스트휴먼 / 328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