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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시작된 상황에서 기업들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상의 의사결정과 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고 이를 열정적으로 실행에 옮기기만 한다면 위기를 극복할 길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회생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수많은 기업들을 보아왔다. 기업의 경영자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30년 넘게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조직행동을 가르쳐왔고 현재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제프리 페퍼 교수는 최근 저술한 『지혜 경영』에서 기업의 경영자들에게 이러한 화두를 던진 뒤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기업의 리더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결과를 낳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보다 훌륭한 의사결정에 이를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쳐주고 있다. 총 5부 - 제1부 사람 중심의 전략, 제2부 효율적인 직장 만들기, 제3부 파워 플레이, 제4부 어떻게 성공을 측정할 것인가, 제5부 조직과 공공정책 - 로 구성된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세 가지 주제를 통해 저자는 기업이 왜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첫째, 피드백 효과. 즉 행동은 종종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고려하지 못한다. 행동은 언제나 결과를 남기고, 의사결정은 언제나 반향을 일으킨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무언가 행동을 취하면 직원들은 이에 반응한다. 그리고 많은 상황에서 예상되는 결과나 반향, 반응을 고려하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많은 회사가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할 때 제일 먼저 취하는 조치는 직원에 대한 임금과 각종 혜택의 삭감이다. 노동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재정적 상황을 개선시키려는 것이지만 이러한 일은 언제나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조치는 결국 우수한 직원들을 떠나게 만들고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도 회사를 위해 더 이상 열심히 일하지 않게 만든다. 결국 회사는 우수한 인재들을 잃고 재정적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만다.

둘째, 인간행동과 조직성과에 관한 지나치게 단순하고 부정확한 이론을 고수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기업들이 취하는 수많은 조치의 바탕에 깔린 생각은 매우 기계론적이다. 기업이 단순하고 부정확한 이론에 근거해 움직인다면 결국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되고 그 결과 역시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례로 많은 기업들이 최저 비용으로 운영되는 회사 또는 가장 규모가 큰 회사를 지향한다. 그러나 실제로 여러 업종에서 최저 비용으로 운영되는 회사보다는 최상의 가치 제안을 제공하는 회사가 성공한다. 식료품 판매업에서 홀푸드마켓은 경쟁사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였지만 수익성은 타사에 비해 훨씬 더 높다. 그리고 사우스웨스트 항공 역시 업계 최대 규모는 아니지만 적자에 허덕이는 대형항공사들과 달리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셋째, 근무 시간이 길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식의 지나친 단순화다. 그러나 상호성은 거의 모든 인간사회에서 관찰되는 가장 보편적인 규칙이다. 직원들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진심으로 배려할 때 그들은 자발적인 노력과 애사심으로 보답할 것이다. 유럽의 기업들은 미국 경쟁사들에 비해 파격적인 휴가와 근무 조건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상품 및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고 있다. 상용 항공기 제조 분야에서 경쟁사인 보잉보다 더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에어버스나, 핀란드의 노키아, 스페인의 방코 빌바오 등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일찍이 기업에 있어서 사람을 중시하고 경영조직보다는 경영윤리를 강조해온 저자의 인재경영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책은 머리로 쓴 책이 아니라 가슴으로 쓴 마음의 경영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의적 사고와 지식 자본에 크게 의존하는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저자가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대로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 중심의 경영이야말로 성공의 원천임을 모든 기업들이 깊이 인식해야 한다. 직원들을 단순한 도구나 조직의 일부로 여기고 상황이 어려워지면 임금 삭감이나 감원 등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은 결코 장기 레이스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축적해나갈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직원들을 배려하고 교육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있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어 우리나라 기업들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