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달걀, 가짜 맥주, 가짜 쇠고기 등 기상천외한 가짜와 짝퉁으로 혀를 내두르게 했던 중국이 지난 5월에는 애플이 그동안 심혈을 기울인 아이폰 4세대(G)를 정식 출시하기 열흘 전에 짝퉁 아이폰 4G를 시판하면서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중국에서는 사람 빼고는 모든 것이 가짜라고 일단 생각해야 한다” “중국에서 믿을 것은 엄마 외에는 하나도 없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 중국하면 많은 사람이 짝퉁 천국을 떠올린다.

9년간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중국 전문작가 홍순도씨는 최근 저술한 ‘짝퉁 전쟁’을 통해 온갖 짝퉁들이 범람하고 모조품, 복제품, 유사품 등의 의미로 쓰이는 산자이(山寨)라는 말이 오늘의 중국을 상징하는 문화 코드로 정착된 현실을 낱낱이 해부함으로써 중국의 짝퉁 제품들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국내 기업과 소비자들을 위해 유익한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산자이는 우리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기상천외한 것들이어서 흥미진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기까지 하다. 가짜 현금인출기를 설치해 놓고 그 기계에 카드를 넣으면 순식간에 카드를 복제해 통장에서 돈을 빼내가는 수법, 보통 새에 물감을 칠해 팔색조로 만들어 비싼 값에 팔기, 두부찌꺼기로 제방을 쌓은 짝퉁 공사, 세임성(Samesung), 삼송(Samsong), 삼상(Samsang) 등 삼성전자의 짝퉁 브랜드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프로그램들을 베낀 방송프로그램 등 중국 사회 전반에 짝퉁 문화가 만연되어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량(GDP)의 최소 20% 정도가 짝퉁 경제와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는 잠정적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늘날 중국은 짝퉁이 없으면 사회가 존재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의 짝퉁 문화는 중국 내에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한 예로 S보드를 생산하는 한국 슬로비의 경우 중국산 짝퉁에 밀려 2006년 100억원에 이르던 매출이 2010년에는 1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한국의 주요 MP3 업체들 역시 중국의 짝퉁 제품들 때문에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이렇게 사회 전체적으로 짝퉁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며 정부는 이를 묵인하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중국의 과학기술은 유인 우주선을 발사할 만큼 앞서 있지만 산업기술 분야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고 창의성과 디자인에 있어서도 많이 뒤져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짝퉁기업들은 “도요타자동차나 삼성전자도 초기에는 크라이슬러나 소니 등의 제품들을 모방하지 않았느냐. 우리도 삼성전자를 좀 벤치마킹한 것뿐인데 뭐가 문제냐”라고 강변한다. 또한 중국의 소비자들은 독점적이고 값비싼 외국의 정품에 저항하는 방법은 저렴한 가격의 짝퉁을 쓰는 것뿐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짝퉁 문화는 궁극적으로 ‘독이 든 성배’를 방치하는 것과 같아 저가 경쟁과 품질의 저질화를 초래하고 이로 인해 결국 기업과 소비자들 모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중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소비자들이 인식해야만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아울러 LG전자와 삼성물산 등이 중국의 짝퉁 문화를 극복한 모범사례들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중국의 짝퉁 브랜드에 대해 모쪼록 치밀하고 차분하게 대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 북코스모스 대표 최종옥ceo@bookcosm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