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쉽게 말하지만 사랑은 온데간데없고 눈에 보이는 조건만 남아돌아 우리 마음을 적셔주는 감동적인 사랑은 만나보기 어려운데 저는 이런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정말 사랑하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를 한때는 나의 목숨보다도 더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저를 사랑하지 않았나 봅니다. 저는 고아였기 때문에 외롭게 자랐죠. 그런 저에게 그는 내 사람의 전부로 다가왔고 그도 또한 내 외로움의 공백을 다 채우고도 남을 만큼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행복했죠. 저는 그와 함께라면 이 세상 끝까지라도 갈 수가 있었고 그를 기쁘게 하는 일이라면 목숨이라도 바칠 것 같았답니다.

그런 저에게 어느 날 불행이 닥치고 말았습니다. 저는 교통사고로 두 눈을 잃고 의식을 잃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제가 1년 후 의식을 회복했을 때에는 그렇게도 사랑했던 그가 제 곁을 떠나버린 사실을 알고는 모든 것을 잃은 상실감과 배신감에 더 깊은 상처를 씻을 길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저에게 하나님은 은총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저는 수술을 받고 시력도 회복되고 의식도 회복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사랑해 주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저는 그의 배신에 대한 복수는 결혼해서 잘 사는 길이라 생각하고 결혼을 했죠. 그러나 저는 그를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적힌 <한 여자의 안타까운 사랑> 다음에 놀랍게도 <한 남자의 아름다운 사랑>에 적잖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에게는 사랑하는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착한 여자였습니다. 저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가 있었습니다. 더욱이 그녀는 고아였기 때문에 저는 더 더욱 그녀를 사랑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행복의 여신은 우리의 사랑을 시기했던지 갑자기 그녀에게 불행이 닥쳐왔습니다. 그녀는 교통사고로 실명하게 되었고 의식까지 잃었죠. 저는 그녀의 불행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내가 당할 수만 있으면 모든 것을 감수하는 편이 더 마음이 편할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저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녀가 의식을 회복하기 전에 그녀에게 눈을 주고 조용히 그녀 곁을 떠나기를... 그리고 그 일은 절대적으로 비밀리에 행하기로 작정을 하고 그리고 그녀의 행복만을 빌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눈을 떠서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제가 겪은 고통 이상의 고통을 그녀가 겪을 테니까요.


- <주부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