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일자리를 가져야만 겨우 생활을 꾸릴 수 있는 나는 출근길에 샌프란시스코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 없는 걸인들을 통해 종종 절망감을 느꼈다. 급료날이 가까워지면 나 자신도 차비가 넉넉지 못한 신세가 되지만 나를 향해 내밀고 있는 구걸의 손길들을 그냥 지나치면서 가슴이 아팠다.

어느 날 아침, 직장에서 먹을 도시락용 샌드위치를 만드는데 샌드위치에 채울 속 재료가 조금 남았다. 그래서 나는 샌드위치를 한 개 더 만들었다. 사무실 근처에 당도하자 남루한 걸인 한 사람이 내게 손을 뻗어 적선을 구했다.

"샌드위치 한 개 드시겠어요?" 내가 물었다.

"아, 고맙습니다!" 그는 눈빛을 빛내면서 대답했다.

나는 그 다음날도 여분의 재료를 남겨 샌드위치를 한 개 더 만들었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그 일을 계속해 나갔다. 어느덧 그 일은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어느 날 아침 늘 다니는 길로 출근하려는데 한 젊은 부인이 다가와 내 소매를 끌었다. 깜짝 놀란 나는 그 낯선 부인을 쳐다보았다. 부인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러나 진지하게 말했다.

"아침마다 당신이 남몰래 하는 일을 눈여겨봤어요. 저도 동참하고 싶군요."

그녀가 은박지에 싼 샌드위치 한 개를 내밀 때에야 나는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 <생명의 삶>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