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코스모스

교회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순례 여정 초기에, 나는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교회만 찾는 실수를 저질렀다. 교육 수준, 성경 지식, 찬송가 취향이 나와 비슷한 곳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그 결과 예배는 빈곤했고 풀 먹인 옷처럼 뻣뻣했다. 그러나 시카고에 위치한 라살 스트리트 교회에 출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요일 오전은 오히려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다. 왜 그랬을까? 라살 교인들의 유쾌한 다양성 덕분이었다. 거기서 나는 위를 올려다볼 뿐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는 법을 배웠다.

물론 대다수 교회가 그렇듯이, 그 교회에서도 성도들이 예배 스타일을 두고 갈등을 일으켰고, 재정 문제로 고민했으며, 다툼도 있었다. 그곳은 결코 완전한 교회가 아니었다. 하지만 거기서 지낸 13년 동안, 나는 교회가 어떤 모습이 될 수 있고 또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시카고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와 가장 가난한 동네의 중간에 위치한 라살 교회는 두 지역을 잇는 ‘다리 교회’의 역할에 힘썼다. 빌 레슬리 목사는 인종차별이 심한 밥 존스 대학교의 학생회장을 지낸 사람으로, 그래서인지 ‘화합’을 교회의 주 목표로 삼았다. 그 때문에 설교는 쉬운 말로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신학생뿐 아니라 떠돌이 여자에게도 말뜻이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부유한 전문직 종사자들과 못 배운 노숙자들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랑의 복음의 능력이 너무나 놀라웠다.

그즈음 나는 스캇 펙이 인도하는 주말 수련회에 참석했다. 그는 자신의 공동체 이론을 시험하려고 유대교인 10명, 그리스도인 10명, 이슬람교인 10명을 그 수련회에 초청했다. 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을 거꾸로 하고 있다고 보았다. 갈등 해결이 선행되어야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공동체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중동의 적대국 지도자들이 만나서 평화 협정부터 체결해야 비로소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든지 말든지 할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스캇 펙은, 지도자들이 공동체의 삶부터 먼저 배우고 나서 갈등 해결에 나선다면, 평화가 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감사하게도, 스캇 펙과 함께 보낸 그 주말 덕분에 나는 교회 공동체가 무엇에 힘써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공동체의 기초는 화목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이며, 사랑은 인종, 계급, 나이, 성별, 성격의 모든 차이를 뛰어넘는다. 공통점이 먼저이고 각자의 차이점은 나중이다. 나는 라살 스트리트 교회를 통해 공통점을 중심으로 공동체가 형성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목격할 수 있었다. 바로 하나님의 가족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 가족 안에서 연합은 결코 획일성이 아니고, 다양성은 결코 분열이 아니다.

그처럼 가지각색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회중이 서로 잘 지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우리가 단결하여 함께 지역사회로 나아갔기 때문일 것이다. 남을 열심히 섬기다 보면 이기적인 생각이 줄게 마련이니까. 고등학교 중퇴율이 75퍼센트를 넘는 그 동네에서 우리는 할 일이 아주 많았다. 곧 휘튼 대학 학생들이 여러 대의 버스로 교회에 와서 일대일 과외를 해주었다. IBM을 비롯한 여러 회사에서 장비를 기부했고, 점점 최첨단 개인지도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한 변호사는 법률 지원 센터를 만들어, 억울한 일을 당한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무료 변호를 해주었다. 미국 내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시카고에도 한부모 가정에 태어나는 아기가 태반이었으며, 그래서 교회는 그런 가정을 지원하는 일에 착수했다. 또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매주 두 번씩 음식을 직접 만들었는데, 주변 지역 노인들에게 일주일 내내 따끈한 식사라곤 그게 전부였다. 그래서 내 아내 재닛은 70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교회 안에 노인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그것은 11년 동안 이어졌다.

나는 평범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회중이 일치단결하여 주변 사람들을 섬길 때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는지 아내를 통해 배웠다. 처음에는 책임감이나 의무감으로 시작한 일이, 시간이 가면서 베푸는 일의 가장 큰 유익이 베푸는 사람 자신에게 돌아왔다. 전도자 루이스 팔라우는 교회의 본질을 흙냄새 나는 비유에 담아냈다. 그는 교회가 거름과 같다고 했다. 거름은 쌓아 두면 온 동네에 악취를 풍기지만, 골고루 잘 주면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

경쟁과 판단과 서열이 난무하는 비(非)은혜의 세상에 우리의 교회들이 은혜를 소통할 수만 있다면, 그러면 사막의 유목민들이 오아시스로 모여들 듯이 사람들이 교회로 모일 텐데…… 요즘 나는 교회에 갈 때마다 내 안에 있는 경쟁과 비판의 독을 제거하고 대신 은혜로 채워 달라고 기도한다. 내가 찾는 교회는 은혜가 특징인 교회다.

-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 중에서
(필립 얀시 지음 / IVP / 120쪽 /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