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 지음 / 타임비즈 / 300쪽/ 14,000원)

과거에 라디오가 500만명의 청취자를 확보하는 데는 38년이 걸렸다. 그리고 TV는 13년, 인터넷은 4년이 걸렸지만 페이스북은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처럼 오늘날 혁신적인 기술의 발달과 세계화의 급속한 진전은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것을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정도로 빠르게 그리고 근본적으로 바꾸어놓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소비자와 시장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노스웨스턴 대학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석좌교수이자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는 필립 코틀러는 최근 저술한 ‘마켓 3.0’에서 오늘날의 변화를 ‘도처에 돌풍이 불고 있는 형국’으로 비유하며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를 3.0 시장으로 명명하고 있다. 과거의 1.0 시장은 기업이 주도권을 갖는 제품 중심의 시대였다. “어떤 고객이든 원하는 색의 자동차를 가질 수 있습니다. 단 원하는 색이 검정색이기만 하다면 말입니다”는 헨리 포드의 말은 1.0 시장의 이러한 전형을 잘 보여준다. 2.0 시장은 정보화시대의 출현과 함께 해 소비자들의 감성적 욕구까지 충족시키는 소비자 지향의 시대였지만 소비자는 여전히 수동적 대상이었다. 그러나 3.0 시장의 소비자들은 더 이상 단순한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능이나 감성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사회적·경제적·환경적으로 보다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 나가는 데 기여하며 아울러 영적 가치까지 담아내기를 갈망한다.

그렇다면 3.0 시장으로의 진화를 이끌어낸 원동력은 무엇일까. 저자는 바로 소셜 네트워크의 확대와 세계화 그리고 세계 전역에서 점점 더 고조되고 있는 창의적이고 영적인 흐름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트위터, 유투브 등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개인들은 스스로를 표현하고 더 큰 희망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참여의 시대를 열었고 세계화는 빈곤과 불평등, 환경의 지속가능성, 사회적 목적 등에 대한 세계인들의 폭넓은 인식과 우려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세계 전역에서 창의적인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며 물질적 충족의 정상에 오른 오늘날의 사회는 갈수록 영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3.0 시장에서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흐름을 읽고 단순히 고객 만족과 이익 실현을 넘어 좀 더 큰 미션과 비전, 가치를 추구하며 궁극적으로 기업활동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실제로 GE는 이미 태양광 산업이나 수질 개선 사업 등 ‘사람들이 열망하는 문제 해결을 하는 동시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월마트 역시 자사뿐 아니라 모든 공급사들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운송차량만 사용하도록 조치했고 자사 매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의 제조공정과 재배과정을 감시하고 있다. 저자는 GE나 월마트의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사회적 책임 이행’이나 ‘그린 경영’ ‘기부를 통한 사회 환원’ 등의 단편적인 조치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며 이제 기업은 제품기획과 생산, 유통, 판매, 구성원의 채용과 거래처의 선택 등 모든 측면에서 3.0 시장에 맞춰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오늘날 극소수의 기업만이 3.0 시장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3.0 시장을 먼저 읽고 개척하는 자 즉 ‘사람들의 영혼을 움직이는 자’에게 엄청난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단언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ceo@bookcosmo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