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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영학의 대가인 미국의 짐 콜린스는 그의 최근 저서 에서 성공한 기업이 몰락해가는 과정을 5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기존의 성공에 도취되어 자만에 빠지고(1단계), 원칙 없이 사업을 확장하며(2단계),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3단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외부로부터의 구원에 매달리며 온갖 극약처방을 시도하고(4단계), 결국 망하거나 하찮은 기업으로 전락한다(5단계). 지난해 10월 토요타 자동차의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현재 토요타는 대기업이 패망에 이르는 5단계 중 이미 4단계에 도달했다. 지금 구세주에게 매달려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손꼽히며 수많은 기업의 우상이자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왔던 토요타가 세계 자동차 업계 정상에 오른 지 3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어떻게 이와 같은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을까.

사실 토요타의 위기는 구조적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잉태되어 왔다. 토요타는 최근 아키오 회장이 인정했듯이 효율성과 프로세스에 지나치게 치중해왔다. 사람 중심의 기업 문화가 아니라 강압과 통제의 수직적 문화가 토요타를 지배해왔고 거기에는 인간에 대한 배려가 실종돼 있었다. 일본의 인터넷신문 (주)MyNewsJapan이 발간한 『토요타의 어둠』은 세계 최고 기업 토요타가 일순간 몰락하게 된 원인을 토요타의 내부 모순에서 찾고, 겉으로 알려진 것과는 다른 토요타의 양면성을 고발하고 있다.

토요타의 사원들은 대부분 토요타시와 나고야시에 거주하며 격리된 환경 속에서 세뇌적 교육과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 속에서 사생활마저 침해당하고 있다. 거대한 피라미드 조직 토요타에서 직원들은 창의성과 자율성이 억압된 채 기계의 부품처럼 가혹한 노동을 해야만 한다. 직원들에 대한 대우나 배려 역시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다르다. 한 여름 에어컨 설정 온도는 29도.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독신자 기숙사는 형편없이 비좁고 벌어진 창문 틈새에 바람막이 테이프를 붙일 정도로 낡았다. 직원들의 과로사와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도 끊이지 않고, 근무 중에 과로사해도 산재 인정조차 받지 못한다. “토요타가 꼭 북한의 판박이 같다”는 토요타 전(前) 직원의 말은 토요타의 이러한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토요타의 이러한 강압과 통제는 국내에만 그치지 않았다. 일본 내에서는 어용 노조가 막아주고 있지만, 토요타형 사내통제가 해외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2007년 9월에는 반(反) 토요타 캠페인이 세계 수십 개국에서 전개되었다. 해외 토요타 관련 기업 노동자들이 토요타 공장이나 일본 대사관 앞에 모여 항의집회를 전개했던 것이다.

종업원들에 대한 이러한 강압과 통제는 필연적으로 품질 불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토요타 자동차의 성능이 좋다는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토요타 자동차는 판매대수보다 리콜 대수가 더 많다. 그리고 결국 이번 대규모 리콜 사태로 이어졌다. 사람을 중심에 놓지 않는 문화는 기업의 몰락을 초래한다.

세계 최대의 항공우주기업 보잉 역시 2000년대 초반 치열한 경쟁과 합병에 따른 내부 갈등 그리고 9·11사태 이후 강화된 시장 압력 등으로 인해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그 상황에서 보잉은 과거의 교훈을 되살려 창의적이고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고 종업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인간 중심의 기업문화를 새롭게 전개함으로써 놀라운 속도로 위기를 극복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다. 기업 성공의 핵심은 제품이나 프로세스 단기적인 개선이 아니라 인재를 발굴·육성하고 종업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배려하는 사람 중심의 기업문화 구축에 있다. 인간을 배제함으로써 몰락의 끝자락에 놓여 있는 토요타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자못 궁금하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ceo@bookcosm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