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 고르바초프가 모스크바 거리를 걷다 눈이 휘둥그래졌다.
난데없이 한 아주머니가 멜론을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웬 떡이냐.'하고 고르바초프가 그 앞에 웅크리고 앉았다.

"이것 파는 거요?"

"그럼 안 파는 물건을 내놓는 장사꾼도 있수?"
대답이 퉁명스러웠다.

군침이 도는 고르바초프는 개의치 않았다.
운송사정이 나빠 여간해서는 못 얻어먹는 귀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팔고 있는 멜론은 고작 한개 뿐이었고,
그마저도 밑부분이 상해 있었다.

"왜 상한 것 하나만 있소. 내가 고를 여지가 없소?"

노점상 아주머니가 물었다.
"당신, 대통령이지?"

고개를 끄덕이는 고르바초프에게 여자의 침 섞인 말이 날아들었다.
"우리가 당신 뽑을 때나 마찬가진데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