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치매에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치매를 모르면 환자를 모실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도덕적인 의무감에 준비 없이 치매 환자를 돌봤다가는 오히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는 까닭이다. 치매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약을 제때 먹으면서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뇌를 활성화하는 것인데, 가족이 그럴 여유가 없을 땐 요양시설에서 지내는 게 낫다. 요즘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치매지원센터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환자 가족들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

치매 환자와 함께 사는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환자를 향한 ‘이해’와 ‘인내’다. 한국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은 “치매 환자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끊임없이 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힘들어도 그 대화를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화를 통해 환자 행동의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면 그 행동을 이해할 수 있고, 그러면 환자의 반복되는 행동을 가족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치매 환자에게 화를 내선 안 된다는 조언도 했다. 치매 환자는 누군가 자신에게 크게 화를 내면 그 사람을 적으로 여겨 피하게 되고, 화를 낸다고 해서 고쳐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를 인간적으로 존중하고, 환자 스스로 ‘내가 존중받고 있구나’, ‘사랑받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환자와의 소통법에서 가장 중요하다. 단, 배려한다는 이유로 마냥 아이처럼 대한다면 환자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힐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치매 환자를 대할 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다음의 방법들을 숙지해두자. ① 환자와의 대화법 - 무엇보다 먼저 칭찬과 격려로 사랑을 느끼게 하고,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말함으로써 간단한 일은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라. ② 환자를 향한 행동 - 최대한 많이 웃어 보이면 치매 환자도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스킨십을 통해 가족의 온기와 사랑을 전달하고, 환자가 가진 현재의 능력을 최대한 지켜줘야 상태가 더욱 악화되지 않는다. ③ 소통을 위한 가족의 과제 - 치매 정보에 늘 귀 기울이다 보면 환자와의 소통이 쉬워지고, 환자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받아볼 기회도 늘어난다. 또 보호자 자신의 신체적ㆍ정신적 건강도 챙겨야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 『치매, 이길 수 있는 전쟁』 중에서
(안준용 외 지음 / 비타북스 / 274쪽 /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