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여름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던 미국 청년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많은 아이들이 맨발로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본다. 그는 아이들이 가난 때문에 신발을 사 신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충격을 받은 뒤 맨발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기부나 자선 같은 방법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신발을 만들어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여행 중에 보았던 아르헨티나의 전통 신발인 알파르가타에서 영감을 얻어 편안한 착용감의 고무바닥과 가죽 안창, 심플한 캔버스 어퍼(상피) 디자인의 신발을 구상한다. 탐스슈즈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어서 획기적인 마케팅이라 할 만한 원포원(One for One)을 계획한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1+1 마케팅’은 흔하지만, 탐스슈즈의 마케팅은 구매 고객에게 덤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아이들에게 기부한다는 점에서 참신하고 놀라운 것이다. 그것은 고객에게 탐스슈즈가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에 공감하고 동참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였다. 고객이 신발 한 켤레를 살 때마다 똑같은 한 켤레를 맨발로 다니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기부한다는 탐스슈즈의 마케팅은 금세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탐스슈즈라는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소비자들은 ‘보람’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명분(cause)이 있을 때 더 잘 움직인다. 탐스슈즈에 소비자들이 열광한 것도 가난한 아이들에게 신발을 선물한다는 명분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이다.

보통의 기부나 마케팅에서는 그것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알기 어렵다.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거나 크리스마스실을 구매해도 그 돈이 어떤 이웃에게 어떻게 쓰이는지, 결핵 퇴치를 위해 실을 어느 정도 구매해도 그 돈이 어떤 이웃에게 쓰이는지, 결핵 퇴치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 체감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탐스슈즈의 마케팅은 달랐다. 내가 산 신발과 똑같은 신발을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어 소비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구매 행위에 명분과 보람을 결합시킨 것이다.

이것이 탁월한 전략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또 있다. 신발을 사려는 사람이 자신이 선택한 신발이 누군가에게 기부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예쁘고 비싼 신발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매출이 향상되고, 구매자는 신발을 신고 다니는 동안 ‘좋은 일을 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케팅 메시지를 ‘One Plus One’이라 하지 않고 ‘One for One’이라고 표현한 것도 절묘했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다’보다 ‘한 사람을 위한 하나’가 훨씬 마음에 와 닿지 않는가.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소셜 스와이프’: ‘코즈(cause)’는 신념이나 목표, 이상 또는 미션 등 개인이나 집단이 품고 있는 정신적 가치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코즈를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소비 활동을 일으켜 마케팅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코즈 마케팅이다. 일반적으로 영리 기업과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 등의 협업으로 코즈 마케팅이 실행되는데, 영리 기업은 시장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사회적기업과 비영리단체는 후원자나 기부금을 확보하는 것 외에 대중적 인지도를 확산시키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고객의 소비에 대해 ‘이왕이면 좋은 일 하는 데 돈을 쓰는 게 낫지’라는 명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소비 형태도 복잡다기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싸거나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 그런 소비자들에게 왜 지갑을 열어도 괜찮은지 그럴듯한 이유를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코즈 마케팅의 생생한 사례를 소개한다. ‘왜 우리는 착한 마케팅에 감동하는가’(매일경제, 2015.3.25)라는 기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공항에 ‘Feed Them!’이라는 메시지가 적힌 영상판이 서 있다. 화면 중앙의 선을 따라 신용카드를 긁는 순간 스크린 영상이 활성화돼, 손목에 묶인 밧줄이 풀리고, 잘린 빵이 접시에 담긴다. 그리고 ‘기부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가 뜬다. 사람들은 월말에 카드고지서로 2유로가 기부된 것을 알 수 있고, ‘미제레오르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매달 2유로를 기부하세요’라는 우편 메시지를 확인한다.

이 광고는 독일의 자선구호단체 미제레오르가 만든 소셜 스와이프(Social Swipe, 사회적 카드 긁기)다. 사람들은 자신이 기부한 2유로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기꺼이 광고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카드를 긁었고, 이것이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지면서 큰 화제를 낳았다. 전화나 팩스를 통한 기부 요청에 대해 사람들이 느꼈던 불만을 충족시켜준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소셜 스와이프는 사람들의 큰 호응에 힘입어 칸 국제광고제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코즈 마케팅은 1984년 자유의 여신상 보수공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멕스카드가 처음으로 실시한 기부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이후 수많은 성공 사례들을 탄생시키며 소비자들의 참여를 통해 기업의 경제적 이익과 공익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 잡아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 『나는 착한 기업에서 희망을 본다』 중에서
(강대성 지음 / 올림 / 236쪽 /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