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에 제프 베조스가 창업한 아마존은 2012년 610억 달러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아마존이 이룬 혁신의 대부분은 기술로 인한 것들이었지만 이처럼 짧은 시간에 대성공을 거둔 데에는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적으로 바꾼 것이 큰 몫을 차지했다. 아마존은 처음부터 ‘모든 상품을 팔되, 재고는 조금만 유지한다’는 신조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했다. 1995년 아마존이 판매하는 책 종수는 백만 권이 넘었지만, 보유 재고는 인기 있는 책 위주로 2천 권에 불과했다. 그 외 대부분의 책들은 재고를 보유하지 않은 채, 공급자에서 고객으로 ‘직송’ 방식으로 배송했다. 즉, 아마존이 출판사나 도매업자에게 고객 주문 정보를 전달하면, 그들이 아마존의 포장지와 라벨을 이용해 고객에게 직접 책을 배송했던 것이다.

이렇듯 무재고 비즈니스 모델 덕분에 아마존은 많은 책을 보유하지 않고도 오프라인 서점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책을 판매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수요가 낮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책까지 재고로 보유하려면, 상당한 창고와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설립 당시 아마존은 투자금도, 창고도 없었다. 오히려 거래하려던 대부분의 출판사보다도 규모가 작았다. 또한 인기 없는 책을 재고로 보유할 경우, 그 책에 대한 수요가 전혀 없을 때의 리스크도 함께 떠안아야 했다. 반스앤노블과 같은 오프라인 서점들은 비교적 인기 있는 책들만 보유하여 이런 딜레마를 해결했다. 물론 이런 전략은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불규칙한 수요의 책까지 모두 갖추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하면서도 비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마존은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재고 관련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결정권자를 바꾸었다. 즉, 팔리지 않은 재고에 대한 리스크를 가장 잘 감당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에게 일임한 것이다. 아마존은 무재고 비즈니스 모델이기에 아마존과 거래하는 출판사와 도매업자들이 각자 재고를 관리했다. 따라서 ‘정보 리스크’로 발생하는 결과를 아마존이 아닌 도서 공급업자들이 감당했다. 하지만 전체 리스크가 여러 업체들에 분산되었기 때문에, 출판사나 도매업체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리스크를 제어할 수 있었다. 의사 결정과 그로 인한 ‘정보 리스크’를 공급업자들에게 위임하는 결정이야말로 아마존의 초창기 성공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아마존은 또한 초기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얻은 교훈을 다른 여러 비도서 제품 카테고리로도 확장시켰다. 오늘날 온라인 소매기업들은 아마존의 이러한 혁신을 잘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반스앤노블은 오랫동안 지속해 온 오프라인 매장 운영 방식을 버리지 못했다. 매장보다 온라인에서 더 많은 책을 다양하게 판매했음에도, 반스앤노블은 도서공급업자 직송 방식을 거부했다. 대신 웹사이트에서 판매하는 모든 책의 재고를 보유하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했다. 그 결과 반스앤노블의 인터넷 판매량은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반면, 아마존의 판매량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이 진정으로 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적인 재평가에 있었다. 실제로 아마존은 주변 환경의 요구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꾸준히 바꾸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초기에는 상품의 구성과 재고 관련 의사 결정권을 출판사와 도매업자에게 위임했다. 그런데 이 전략은 시간이 지나며 좀 더 전통적인 소매업 비즈니스 모델로 변화했다. 일례로 도서 재고 보유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이런 아마존의 변화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숨어 있다.

▲ 운영 규모가 커짐에 따라, 아마존의 서비스 제공 범위가 대부분의 출판사보다 월등하게 커진 덕분에 재고 의사 결정을 담당했던 파트너들보다 ‘정보 리스크’ 수준이 더 작아졌다.
▲ 그동안 모은 정보와 광범위한 자료 분석 결과를 토대로 아마존은 출판사보다 훨씬 정확하게 다양한 책에 대한 수요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 아마존의 주문 처리 효율성이 채널 파트너들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자 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이제는 상품 선정만으로는 온라인 소매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물론 아마존은 이제 도서 외에 다른 여러 상품들을 선보이며 선택의 폭 측면에서 오프라인 소매업체들보다 우위에 서긴 했지만, 다른 인터넷 소매업체들이 아마존과 유사하게 직송 방식의 무재고 서비스를 통해 여러 상품들을 제공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그러자 아마존은 다시 한 번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도모했다. 즉, 규모의 경제와 정보의 전문성을 십분 활용해 서비스 품질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기존의 ‘모든 상품을 팔되, 재고는 조금만 유지한다’라는 신조를 ‘모든 상품을 팔고, 재고도 많이 보유한다’로 바꾸었다.

2006년 아마존은 개인 판매자가 아마존에게 물류 관리를 위임할 수 있는 FBA(Fulfillment by Amazon) 서비스를 공개했다. 즉, 개인 판매자들은 일정 수수료를 내면 아마존의 물류센터를 통해 재고를 보관하고, 고객들에게 배송하는 등 각종 물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은 이전에 공급업자들에게 위임했던 의사 결정권을 다시 가져옴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잠재적 가치를 깨달은 것이다. 이러한 혁신 덕분에 아마존은 수많은 소규모 가상 가게들이 다양한 상품들을 파는 장터로 탈바꿈했다.

최근 들어 아마존은 자신의 역량을 더욱 강화시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바로 미국 전역에 걸쳐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무려 140억 달러에 가까운 거금을 들여 50여 개의 물류센터를 지은 것이다. 아마존에게는 인터넷 소매업 비즈니스 모델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 『비즈니스 모델의 절대 강자』 중에서
(카란 지로트라 외 지음 / 전략시티 / 247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