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수 『CRM과 짜장면 배달』(시대의창) 중에서

"용팔이 너 왜 비틀거리니? 술 마셨어?"

"그래, 나 술 먹었다. 오늘은 재수 옴붙었는지 하마터면 경찰서에 갈 뻔 했거든.
저번에도 한 번 그런 일이 있었는데 오늘 또 이런 일이 생기니까 정말 서비스고
뭐고 하기 싫어지더라 그래서 오늘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또 내일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하려고 술 한잔 한 거야."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래?"

"오늘 오후에 잡채밥 배달을 갔는데 아가씨 혼자 집에 있더라고. 잡채밥을 현관
에 내려놓고 가려는데 그 아가씨가 김치가 없네?하고 혼잣말 하듯 중얼거리는
거야. 그래서 내가 뭐라구요?하고 물으니까 화득짝 놀라며 아무 것도 아니예요
라고 하더라고. 그 여자가 날 이상하게 쳐다보며 문을 닫아서 썩 기분이 좋지 않
았지만 난 최고 서비스맨의 정신자세로 다시 김치를 가져다 주러 갔지. 그런데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문을 열어 주지 않는 거야. 난 결국 치한 취급을 당한 거
야. 그래서 더욱 그냥 돌아갈 수 없었지. 김치를 가져왔다며 계속 문을 열어달라
고 하니까 그 아가씨가 경비실에 연락을 한 거야. 경비 아저씨가 올라와서 날 데
리고 가려고 했지만 난 너무 억울해서 계속 문을 열어달라고 했어. 그랬더니 그
여자가 경찰에 신고를 한 거지. 난 하는 수 없이 그냥 중국집으로 돌아 왔지만
오늘 하루 완전히 기분 잡친 거야."

"너 저번에도 그런 일로 술 마셨잖아. 그때도 모두 잊어버리겠다고 하더니 진짜
잊어버린 모양이구나. 성공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실패한 서비스도 잘 기억했으면
오늘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없었을 거 아냐. 물론 김치를 가져다 주는 것 자체는
참으로 훌륭한 서비스지. 하지만 혼자 있는 아가씨에게는 지나친 서비스가 오히
려 부담스러웠던 거야. 고객이 현재 처한 상황에 맞게 서비스를 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하더라도 오히려 좋은 고객을 놓칠 수 있는
거야. "

실행의 기본 원칙은 실행 대상에 대해 잘 아는 것이다. 기업이라면,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
든 것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은 대개 만족스런 서비스는 당연히 여기고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시 말해,"10년 공부 도로아미타불"이라는 말처럼 10번의 잘
한 행동도 한 번의 잘못된 행동으로 소용 없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것은 열 차례의 성공
사례보다 한 차례의 실패 사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우리가 행동을 할 때에
도 그 대상이 좋아하는 것을 모두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싫어하는 것을 모두 아는 것"도 더
욱 중요하다. 또한 성공한 경우보다 실패한 후의 관리가 더 중요하다. 실행에 있어서 성공
한 경험은 잊어버려도 되지만 실패한 경험은 잊어버리면 안 된다.

우리는 대개 어떤 이유로든 실패한 사례는 감추고 성공한 사례만 공유하려 한다. 하지만 그
럴 경우 아주 중요한 경험의 한 축에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래서 옛부
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달리 있어온 게 아니다.

- 박성수 『CRM과 짜장면 배달』(시대의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