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브레이트 외 지음/김민주 옮김/미래의창/526쪽/17,000원)

얼마전 우리 나라 일부 대학에서 경제학 강의를 들으려는 학생들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 들어 경제학과가 폐쇄될 처지에 놓여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1980년대까지 우수한 인재들이 경제학을 전공으로 택했던 데 비해 1990년대부터는 학생들이 경제학 전공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산업이 다양화되어 학생들이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고 딱딱하고 이론적인 경제학보다는 실용적인 경영학에 더 흥미를 느끼고, 한편으로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경제원론 등에 치중하는 현재의 교육 과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경제학은 우리가 당면한 현실세계의 복잡한 모습을 나름대로 설명해줄 수 있는 실증적인 학문으로서 여전히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노벨 경제학상은 원래 알프레드 노벨 본인이 창설한 상이 아니라 1968년 스웨덴의 중앙은행이 창설 3백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상으로 자연과학과는 달리 사회과학이어서 그 심사기준이 모호하다 하여 폐지하자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꿋꿋하게 버티어 오고 있는 것을 보면 경제학은 여전히 중요한 학문임에 틀림없다.

트리니티 대학교 경제학 석좌 교수인 윌리엄 브레이트와 배리 허쉬가 2000년까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8인의 자전 에세이를 모아 펴낸 『경제학의 제국을 건설한 사람들』(미래의창)은 이들 수상자들이 트리니티 대학에 직접 와서 "경제학자로서 나의 진화"라는 주제로 자신의 생애와 사상에 강연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일반균형이론에 기여한 폴 새뮤얼슨, 거시경제학의 제임스 토빈, 미시 경제학의 조지 스티글러, 금융경제학에 기여한 밀턴 프리드만 등 경제학의 뼈대를 구축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담담한 이야기를 통해 경제학에 입문하게 된 동기, 경제학자가 되는 길이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각자의 학문적 성장과정 등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독자들은 노벨 경제학 수상자들의 강연이라고 하면 복잡한 수식과 어려운 전문 용어들로 가득해 난해하지 않을까 하는 지레 걱정이 앞설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경제학자로서 나의 진화"라는 주제로 강연자들이 자신의 지적 기여에 대해 일반 대중에게 이야기하는 자체가 무척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 강연에 참석한 경제학자 한 사람이 "겸손을 떨 수도 없고 자랑을 떠벌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나 강연에 응한 경제학자들은 원래 어려울 수밖에 없는 내용을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쾌하고 투명하게 전달한다는 강연 원래의 목적을 훌륭하게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눈부신 명성을 누리고 있는 천재들이 경제학자로서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겸허한 마음으로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이 책에서 독자들은 경제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 위대한 지성들의 학문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을 전공했던 필자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이들을 향한 한없는 존경의 마음과 부러움을 느꼈던 학창 시절을 되새기게 되었고 필자가 가지 못했던 그 길에서 위대한 성취를 이루어낸 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