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까지 우리는 정보와 지식 등과 같은 팩트(fact)를 중시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팩트는 아주 간단하게 그리고 거의 무료로, 그것도 빛의 속도로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이제 팩트는 과거보다 덜 중요해지는 대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많은 사람들이 21세기는 감성의 시대라고 말한다.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과 사람 그리고 상황 속에 깃들어 있는 스토리들이다. 인식과학자 마크 존슨이 지적했듯이 “우리의 경험, 지식, 사고 대부분은 스토리로 정리된다.” 따라서 스토리는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 우리의 삶 자체를 표현하는 수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됨에 따라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자 하고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과정에 있어서 그리고 우리 자신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도 스토리는 중요한 수단이다. 나아가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스토리는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저명한 비즈니스 컨설턴트들인 라이언 매튜스와 와츠 왜커는 최근 저술한 『스토리 STORY』에서 오늘날 스토리야말로 강력한 브랜드 구축과 지속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역설하고 있다. 저자들은 기업의 성장이 결국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의 다양한 요소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오늘날과 같은 공급과잉의 경제에서는 제품의 기능이나 품질은 거의 차이가 없다. 따라서 디자인이나 스토리와 같은 감성적 요소, 그리고 스토리텔링, 즉 고객과 정서적 연결고리를 형성할 수 있는 강력한 이야기를 창조하는 기술이 차별화와 경쟁력의 주요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키가 스포츠 정신과 꿈을 나이키 에어와 같은 혁신 제품과 연결시키기 전까지 운동화는 그저 운동화일 뿐이었다. 나이키란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날개 달린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따온 것이다.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는 일찍이 여신 니케 스토리의 힘을 간파해 그 스토리의 핵심요소와 자신의 브랜드를 연결시켰던 것이다. 스토리를 담은 나이키 에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마찬가지로 할리 데이비슨, 유니레버, 코카콜라, 제너럴 일렉트릭 등 세계 유명 기업들은 다양한 스토리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스토리를 기업의 사명과도 연결하여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저자들은 기업이 성공적인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유념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첫째, 가능한 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인간적인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스토리를 말하라. 셋째, 다채롭고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라. 넷째, 좋은 플롯을 찾기 어렵다면 고전을 참고하라. 다섯째, 고객을 참여시켜라. 여섯째, 고객들은 당신 기업의 스토리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일곱째, 당신의 스토리를 끊임없이 새롭게 하라. 역사도 좋지만 현재와 맞닿는 부분이 없으면 안 된다. 여덟째, 기업의 비전이나 사명을 기업 스토리와 연결시킬 수 있는 기회를 파악하라. 아홉째, 스토리를 미화하는 데 열중하지 말라. 열째, 끊임없이 청중을 의식하라.

저자들은 또한 스토리텔링은 기업의 브랜드 강화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가 하나의 산업을 창출하기도 하고 국가의 운명을 바꿔 놓을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소설 『해리 포터』, 『다 빈치 코드』 등은 스토리 자체가 엄청난 가치의 산업을 창출했으며, 꿈과 열정 그리고 무한한 상상력이 결합된 두바이 스토리는 열사의 불모지를 모든 나라가 부러워하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바꾸어 놓았다.

최근 서울시가 서울에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 등에서 엿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 곳곳에서 스토리텔링의 강력하고 보편적인 힘을 의식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이다. 스토리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개인과 조직 그리고 국가 전체가 보다 풍요롭고 경쟁력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