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퍼, 바이런 넬슨은 그날도 아침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게 마지막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습니다. 아흔 넷, 그가 그린을 떠난 지 60년이 넘었습니다. 현역시절에 세운 11연승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는 대기록을 달성한 다음 해에 은퇴하고 텍사스 주 포트워스 근처에 아름다운 목장을 구입했습니다. 2006년 9월, 아침식사를 끝내고 안락의자에 앉아서 즐겨 듣는 기독교방송 프로그램을 듣던 그는 아내 페기가 교회의 봉사모임에 참석하러 나갈 때까지도 배웅을 하면서 “여보, 난 당신이 정말 자랑스러워”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아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 남편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괴로워 몸부림친 흔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튼튼하던 넬슨의 심장은 더 이상 뛰지 않았습니다.

1950년대 초, 러시아에서는 스탈린의 교시에 이의를 제기한다든지 공산정권에 반대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소비에트 집단수용소의 철조망에 갇힌 채 얼어붙은 툰드라를 배회해야 했습니다. 보리스 코른펠트도 그랬습니다. 유대인으로 의학교육을 받은 의사였던 그는 수용소 안에서 한 크리스천을 알게 됩니다. 두 사람은 길고도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고, 차츰 구약의 메시아를 신약의 인물, 나사렛 예수와 연결시키게 됩니다.

그즈음 한 간수가 죽어가는 환자의 빵을 상습적으로 훔쳐먹는 것이 코른펠트의 눈에 띄었습니다. 앙갚음을 각오해야 했지만 양심상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신변의 위협 속에서도 온전한 평안을 맛보았습니다. 난생처음 죽음과 그 이후의 세계가 두렵지 않았습니다. 바라는 게 있다면 삶을 마감하기 전에 누군가에게 자신이 찾은 진리를 소개해주는 것뿐이었습니다.

마침내 기회가 왔습니다. 상대는 암에 걸려서 개복수술을 받고 회복중인 동료 죄수였습니다. 병실에 환자와 둘만 남을 때마다 코른펠트는 다급한 목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속삭이듯 들려주었습니다. 병상에 누운 젊은이는 진통제 탓에 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상태에서도 그의 말에 귀기울였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잠에서 깨어난 환자는 곧 그 의사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밤사이 누군가 망치로 코른펠트의 머리를 여덟 번이나 후려친 뒤였기 때문입니다. 동료들이 목숨을 구해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바이런 넬슨과 보리스 코른펠트는 똑같은 하늘나라를 바라보았으며, 똑같은 구세주를 신뢰했습니다. 하지만 한 쪽은 평안한 길을 걸어 천국에 들어간 반면, 다른 한 쪽은 무자비한 환경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가야 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넬슨처럼 떠나고 싶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선하게 사는 이들도 폭력적인 상황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겁에 질려 살 필요는 없습니다. 예수님은 이 험악하고 잔인한 세상을 사는 자녀들에게 간결하지만 분명한 지침을 주셨습니다.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실 수 있는 이를 두려워하라”(마 10:28). 예수님은 잔혹성을 완전히 누르고 승리의 부활을 선포하기 위해 십자가의 길을 가셨습니다.

여러분에게는 끔찍한 일이 닥치지 않게 해주시길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모두들 바이런 넬슨처럼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평안하게 하늘나라에 가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주시지 않는다 할지라도,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를 믿는 것뿐만 아니라, 또한 그리스도를 위하여 고난을 받는 특권”(빌 1:29)까지 주신다 할지라도 절대로 잊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허투루 고난을 허락하시는 법이 없습니다.

병상에서 코른펠트의 이야기를 듣던 젊은이는 그날 나눈 대화를 평생 잊지 않았습니다.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그의 이야기를 곱씹었습니다. 훗날 그 젊은이는 그의 목소리에서 ‘불가사의한 깨달음’을 감지할 수 있었노라고 적었습니다. 그 ‘불가사의한 깨달음’은 그를 변화시켰습니다. 청년은 언젠가 그날의 감격을 이 짤막한 말로 표현했습니다. “우주의 하나님! 제가 다시 주님을 믿습니다!”

청년은 수용소에서 끝까지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경험을 소재로 수용소의 실상을 폭로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수용소 군도』, 『거짓에 기대어 살지 말라』 등의 작품이 연달아 출간됐습니다. 어떤 이들은 동유럽 공산권이 붕괴되는 데는 이런 작품들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코른펠트의 고난이 없었더라면 알렉산더 솔제니친이라는 젊은 작가의 탁월한 재능은 영원히 묻혀버리고 말았을 겁니다.

- 『하나님은 너를 포기하지 않는다』 중에서
(맥스 루케이도 지음 / 포이에마 / 340쪽 /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