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한 경청

우리는 고독합니다. 잘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고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사람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사람이 말할 때 잘 들어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생활에 당장이라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귀로 듣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마음으로 듣는 것입니다. 마음으로 듣되, 그 사람의 자리에서
듣는 것입니다.

그것은 비판자의 자세로 듣는 것이 아닙니다. 그의 진실을 찾고 포용하려는 자세로
듣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를 향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줄 수 있다면, 그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고, 마침내 우리에게 마음을 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경쟁이라도 하듯 자신만을 먼저 이해해 달라고 떠벌리기에 바쁩니다.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지껄임일 뿐입니다. 때로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들어주는 일이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빨리 말을 내뱉어서 그를 쏘아붙이고 싶기도
합니다. 그럴지라도 그 때를 잘 넘기고, 마음을 열어 올바로 경청하기만 하면 우리가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문이 열립니다.

잘 들어주십시오. 그래야 진정한 대화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무리 교만을 떨어도 한낱 티끌인 것을

사람들 사이에서 자기가 무엇이나 되는 것처럼 마음을 치켜세우지 말아야 합니다.
때로 나의 독특함을 드러냄으로써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침묵을 지켜야 합니다. 오히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행동으로써 자신을 낮추고,
내 옆 사람에게 칭찬을 돌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교만은 나에게서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를 빼앗아 가고 언제나 우리를 하느님의 적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는 티끌입니다. 코 끝에 매달린 '들숨과 날숨'에 의지해 살아가는 먼지일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하느님의 형상입니다. 이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우리 한사람 한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하나라는 점에서 독특하지만, 하느님의 지문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체의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위치를 바르게
아는 것이 겸손입니다. 그러니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 하느님이신 그 분이 자신을
낮추시어 사람이 되신 것처럼, 겸손만이 우리를 살리는 은총의 길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 <하늘의 노래>(오정열 신부, 맑은울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