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코스모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쏴라.” 천재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한 말이다. 그는 헤비급 선수였지만 놀랄 만한 스피드를 보여줬다. 기업 가운데도 알리 같은 기업이 있다. 바로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구글보다 훨씬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기업으로, 2012년 매출 611억 달러를 기록했다. 아마존은 온라인서점으로 시작해 DVD, 전자제품, 의류 등으로 품목을 늘려 종합쇼핑몰로 확장하고, 이후 디지털 콘텐츠, 기업용 IT서비스(클라우드), 전자사업[킨들, 킨들파이어(태블릿PC)]에도 진출하는 등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쉴 새 없이 변하는 것 같은 아마존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사업의 토대인 플랫폼에 대한 투자다. 아마존은 1994년 온라인서점으로 출발한 이후 7년이 지난 2001년에야 최초로 수익을 냈다. 아마존은 설립 이후부터 일관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IT시스템을 확충하고 세계 각지에 물류센터를 건설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아마존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마존 플랫폼 구축: 아마존은 다양한 상품정보와 고객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기 위한 서버의 중요성을 사업 초기부터 인식하고 있었다. 단 1대의 서버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구글 다음으로 많은 서버를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의 IT시스템은 서버의 규모도 방대하지만 서버 내부에서 운영되는 온라인거래시스템도 매우 효율적이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려면 고객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거래시스템을 만드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현재 대부분의 전자상거래업체가 채택하고 있는 온라인거래 관련 기술들을 최초로 개발한 것이 바로 아마존이다. 아마존 플랫폼의 또 다른 구성요소는 물류센터(Fulfillment center)다. 세계 각지의 고객이 단기간 내에 자신이 주문한 상품을 수령하려면 물류센터의 규모와 역할이 중요하다.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아마존은 사업 초기부터 물류센터 건설에 주력했다. 아마존은 2010년 이후 물류센터 설립에만 139억 달러를 지출했으며, 2012년 말 기준 총 89개를 보유하고 있다.

플랫폼이 아마존에 선사한 3가지 기회: 경쟁력 있는 플랫폼은 아마존에 3가지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첫째, 플랫폼은 아마존에 ‘What’, 즉 ‘무엇을 팔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IT시스템과 물류센터 구축을 통해 아마존은 판매품목을 원하는 대로 확장할 수 있었다. 아마존 로고에는 알파벳 a부터 z까지가 화살표로 이어져 있는데, 이는 ‘세상 모든 상품을 팔겠다’라는 아마존의 꿈을 표현한 것이다. 이 꿈은 어느새 현실이 되고 있다. 2011년 11월 아마존은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의 태블릿PC 버전인 ‘킨들파이어(Kindle Fire)’를 출시해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킨들파이어는 애플 아이패드와 비교할 때 사양도 낮고, 카메라나 마이크도 내장되어 있지 않으며, 통신기능도 없이 와이파이 접속만 가능하다. 하지만 킨들파이어의 매력은 다른 데서 찾을 수 있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전자책 100만 권과 TV 프로그램·영화 10만 편, 음악 1,700만 곡을 구매할 수 있어 애플보다 콘텐츠가 다양하다. 가격도 199달러로, 499~799달러인 아이패드보다 매력적이다. 콘텐츠 판매가 주요 수익원이기 때문에 기기는 저가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플랫폼은 아마존으로 하여금 ‘Who’, 즉 ‘누구에게 팔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방법을 찾게 해주었다. 아마존은 개인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할 때 사용하는 자사의 플랫폼 자체를 기업고객을 위한 상품으로 개발함으로써 고객의 범위를 확장시킨 것이다. 서버나 저장공간 등 IT인프라를 빌려주는 ‘Amazon Web Service’, 자신의 브랜드로 쇼핑몰을 구축하려는 기업에 전자상거래 솔루션을 제공하는 ‘Amazon Webstore’, 판매자가 10~20% 수수료를 내면 아마존 사이트와 결제·물류 인프라를 빌려주는 ‘Sell on Amazon’ 등이 바로 그런 서비스다. 최근 파산한 대형서점 보더스도 아마존의 IT시스템을 이용했다. 이는 아마존의 플랫폼이 경쟁업체조차 이용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의미다.

셋째, 플랫폼은 아마존에 ‘How’, 즉 ‘어떻게 팔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아마존은 다른 사이트를 방문한 고객을 소개받는 일종의 제휴마케팅인 ‘Amazon Associates’를 1996년 업계 최초로 시도했으며, 최근에는 ‘aStore’라는 서비스를 통해 아예 제휴사이트에서 직접 아마존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했다. 더 많은 고객을 만나기 위해 자사 사이트뿐 아니라 타사 사이트까지 다양한 경로를 열어둔 것이다.

Get big fast! 남한텐 비용이지만 나한텐 핵심역량!: 대체로 다른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IT시스템과 물류센터를 아웃소싱하는데, 왜 아마존은 이를 플랫폼으로 선택해 집중 투자했을까? IT시스템과 물류센터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해 고객만족을 추구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이것은 어떤 기업에는 비용요인이지만 아마존에는 사업의 토대이자 핵심역량이다. 여기서 관건은 ‘선점’이다. 일단 아마존이 거대한 플랫폼을 구축해 선순환고리를 만들고 나면, 비용 부담으로 자체 플랫폼을 만들기 어려운 다른 경쟁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아마존의 플랫폼을 이용하게 된다. 이를 두고 아마존은 ‘Get big fast’, 재빨리 몸집을 키우는 전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장과 기술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몸집을 키우는 전략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그러나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이렇게 말한다. “전략은 변하지 않는 것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아마존 사업에서 장기적으로 변하지 않을 가치는 다양한 선택(selection), 낮은 가격(low prices), 빠른 배송(fast delivery)이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한다면 고객은 외면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고객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그 토대인 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은 결코 위험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비전에는 완고하고 디테일에는 유연해야 한다(Stubborn on the vision and flexible on the details)”는 제프 베조스의 소신은 지금 그대로 실천되고 있다. 변화하는 기업환경에서 아마존이 유기체처럼 적응하여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플랫폼이다.

- 『플랫폼, 경영을 바꾸다』 중에서
(최병삼 외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328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