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민 지음/김영사/309쪽/14,900원)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딴죽이나 나지미 맛만 같으면 병자년 흉년에도 살아가지.” 강원도 평창의 <미탄아리랑>의 한 구절이 말해주듯, 산나물은 예전에 배고픔을 달래주고 봄철 보릿고개 넘기를 도와주는 귀중한 구황식물이었다. 또 외침이 잦았던 옛날에 산속 피난 생활에서 산나물은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이어주는 은인이기도 했다. 그런 탓에 우리 나라엔 조상들이 산야의 뭇 풀들을 다 입맛 다셔 보고 먹을 수 있는 ‘산나물’로 이름붙여 놓은 것들이 480여 가지나 된다.

이렇게 봄철에 나는 풀이나 나뭇가지의 새싹을 거의 모두 나물로 먹는 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서양에도 마요네즈에 버무려 먹는 샐러드가 있으나 그런 방법으로 먹기에 맞는 풀은 대여섯 가지밖에 안 된다. 우리의 산나물은 된장이나 고추장과 궁합이 잘 맞아 이를 반찬으로 보리밥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산나물을 먹게 된 것은, 이처럼 예전의 보릿고개 같은 춘궁기를 이기려는 조상들의 지혜가 우리 식생활에 잘 어울리는 산나물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이 사람과 가깝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봄에 산에서 한창 많이 나는 산나물은 고사리, 취, 참나물, 묵나물(다래순), 누리대, 얼레지, 두릅, 산마늘, 곤드레, 딱죽이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또 취나물의 종류도 참취, 나물취, 곰취, 제비취, 며느리취(금낭화 줄기) 등 7~8가지에 이른다.

전국적으로 산나물이 나지만 양이 많고 질이 좋아서 상품으로 출하되는 것으로는 강원도 평창의 여러 산과 양양 오대산 일대의 산나물을 알아준다. 야산에서 자란 산나물은 억센 편인데, 평창의 높은 산에서 나는 산나물은 부드럽고 향이 짙으며 입안에서 사각거리는 맛이 일품이다. 평창에서는 미탄면 청옥산, 방림면 백덕산, 대화면 중왕산, 봉평면 흥정산, 진부면 오대산과 가리왕산 등지에서 질 좋은 산나물이 많이 난다. 이곳 산나물이 부드럽고 향이 좋은 이유는 이 지역이 해발 700m의 고지대여서 산나물이 자라기에 기후가 알맞고 깨끗한 물과 공기가 산나물의 향을 짙게 하기 때문이다.

산나물을 뜯는 시기인 4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평창군 일대는 5일장을 중심으로 산나물장이 형성되어 장터를 온통 녹색으로 물들인다. 새끼줄에 가지런히 매달린 두릅, 손바닥보다도 더 큰 이파리들이 상추다발처럼 묶음으로 나오는 곰취와 이름모를 산나물들이 시골 아낙네들 앞에 수북하게 쌓여 있다. 또 장터 한쪽에서는 각종 산나물로 만든 떡 등 음식이 선을 뵈고 있다.

외지인들이 산나물을 만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평창 일대 5일장(평창읍 5·10일, 미탄면 1·6일, 방림면 계촌지역 2·7일, 대화면 4·9일, 봉평면 2·7일, 진부면 3·8일)을 이용하는 일이다. 해마다 5월 하순 평창에서는 면을 돌아가며 ‘평창 산나물 축제’를 열어, 이곳에서 질 좋은 갖가지 산나물을 흠뻑 만나볼 수 있다. 전야제에 이어 산나물 뜯기 대회와 보물찾기, 산나물 시식회, 산나물 엮기 대회, 산나물 사진 전시회, 산나물 판매 등의 행사로 엮어진다. 문의 (033) 333-2306.

영동고속도로 장평 나들목으로 들어가 장평·대화 쪽으로 10분 가량 가면 대화면 소재지가 나온다.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 남원주 나들목으로 들어가 제천~주천(영월)∼대화로 가도 된다. 서울에서 2시간 30분 거리, 평창읍은 대화에서 15분 거리에 있다. 숙식은 장평 나들목 주변에 각종 모텔과 식당을 이용한다. 청소년 가족은 10분 거리에 있는 청소년 수련원의 각종 체험·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대화면 대화리에 있는 솔밭가든(주인 고옥연, 033-333-1515)의 30년째 내려오고 있는 만두는 안흥찐빵을 훨씬 능가하는 이 지역의 별미다. 만두속으로 고랭지배추, 산나물, 손두부 등 싱싱한 채소류가 들어가 맛이 신선하고 고소하다. 1인분 3500원.

- 『살맛나는 세상 다녀오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