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장옥빈 외 지음/백은경 외 옮김/고수/567쪽/22,000원)

오늘날 흑자로 운영되는 동물원은 별로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현지에 없는 동물은 외지 혹은 외국에서 들여와야 하는데,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동물들은 습성이 모두 달라서 각각에 맞는 생활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 반면 입장료를 함부로 높일 수는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물원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거대한 열대초원이 있는 탄자니아는 충분한 햇빛과 적당한 비가 내려 다양한 열대 동물들이 살아가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다. 그래서 유네스코에서는 이 거대한 초원지대를 인류 자연환경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처럼 좋은 자연조건을 가진 탄자니아에서도 동물원들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늘이 내린 자연환경을 잘 보호하면서도, 매년 정부 보조금으로 간신히 꾸려나가는 신세였다. 탄자니아 동물원들은 이 문제로 골치를 썩였다. 그런데 동물원의 한 직원이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얻었다.

당시 탄자니아의 한 시골마을 주민들은 이리의 잦은 습격으로 피해를 입고 있었다. 이리들은 집주인이 없는 틈을 타서 집안에 있는 닭이나 그밖의 먹을 것들을 훔쳐가곤 했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은 보통 집에 문을 달지 않았기 때문에 외출시 아이들의 안전이 문제가 되었다.

한 여인이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녀는 대장간에서 철창을 만들어와 외출할 때 2살짜리 아이를 그 안에 가두어놓았다. 어느 날, 집에 돌아온 그녀는 굶주린 이리 한 마리가 철창 주위를 맴돌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곧장 나무 막대기를 들어 그 이리를 쫓아버렸다.

동물원 직원은 이 기사를 보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동물원을 찾는 관광객들과 동물들의 역할을 바꿔보면 어떨까? 철창 속의 동물들이 밖으로 나오고, 관광객들이 차 안에서 동물을 구경한다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그는 책임자에게 이 아이디어를 건의했다. 그의 건의는 신속히 수용되어 곧장 실행에 옮겨졌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큰 몸을 흔들며 지나가거나 가끔씩 차창으로 고개를 돌리는 호랑이, 숲속에서 우아하게 걸어가는 코끼리, 무리를 지어 초원을 달리는 야생마,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원숭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아이디어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자연에서 생활하는 야생동물들을 보기 위해 몰려 왔다. 탄자니아 동물원의 이름은 전세계에 알려졌다.

탄자니아 동물원은 역할 전환이라는 역발상으로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고, 더불어 그들에게 진정으로 대자연에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었다. 동물원 역시 더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 『재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