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제닝스 지음/남문희 옮김/해냄/259쪽/13,000원/2004년 2월 출간)


아직도 많은 기업이 가격 설정, 운반, 수익을 따질 때 거래처를 거칠게 몰아붙여야 잇속을 제대로 챙길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한 케케묵은 접근 방식은, 공급 업체와 거래처를 존중하고 같은 팀원으로 여기도록 권장하는 생산성 높은 기업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행태다. 그렇다고 생산성 높은 기업들이 거래처의 요구에 무조건 끌려다니기만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연구 과정에서 우수한 기업들이 공급업자들과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투명하게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웨어하우스에는 공급업자들이 각자의 상품, 유통, 가격 선을 스스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전담 팀이 따로 있다. 스티브 틴달은 공급업자와 더 웨어하우스 사이의 솔직한 관계는 순수하고 단순한 것이라며, 한 가지 예를 들어 설명했다. "각 지역에 분포된 수많은 점포를 찾아다니며 물류 배급 센터에 일괄 운송을 실시한 결과, 그 기업과 우리 모두 상당한 비용을 절감하고 이윤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아일랜드의 라이언에어라는 기업을 예로 들어보기로 하자. 라이언에어는 단 몇 년 사이에 유럽에서 가장 눈부시게 성장한 항공사다. 이 회사의 원기왕성한 CEO 마이클 올리어리는 고객과의 관계는 모름지기 과감하고 솔직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우리 라인어에어의 홍보 내용은 매우 간단합니다. 우리가 당신이 원하는 곳까지 가장 저렴하고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단, 우리가 약속하는 것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비행기 안에서 커피나 콜라를 마시고 싶다면 사서 드셔야 합니다. 저렴하고 안전한 비행기 여행, 이것이 우리가 보장해 드리는 전부입니다!"

이케아의 거대한 가구 매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표지판과 플래카드, 고객 전용 전화기를 만나게 된다. 고객들은 늘씬한 안내원 대신 이것들을 통해 출입구의 위치와 구매 방법 등 궁금한 모든 사항에 대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이케아는 셀프 쇼핑을 유도함으로써 저렴한 상품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직하고 개방적으로 고객을 대하는 이케아의 사업 방식에 대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사례 연구집에 다음과 같은 평가가 실려 있다.

"잉바르 캄프라드는 고객을 사업 동반자로 만들었다. 고객 스스로 둘러보고 주문하는 셀프 쇼핑의 대가로 낮은 가격대를 계속 유지한다."

많은 기업들이 고객에게 사용하고 있는 얄팍하고 기만적인 태도와 현격한 대조를 보이는 예다.

이케아, 더 웨어하우스, 라이언에어 등 라이벌들을 물리치고 생산성을 극적으로 상승시킨 기업들이 솔직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고객 봉사에 임하지 않았다면, 고객들이 그토록 지속적으로 그들에게 신뢰를 보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적은 것이 많은 것이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