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호 외 지음/동아일보사/292쪽/9,500원)

1978년 미국 제약회사 머크는 새로 개발한 신약 "멕티잔"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멕티잔은 회선사상충증(흑파리떼에 의해 시력을 잃는 병)이라는 병을 예방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 약을 생산하는 것은 회사에 이익이 되지 않았다. 이 병은 아프리카에서만 주로 발생하는 풍토병이었고 정작 이 지역 주민들은 멕티잔을 구입할 만한 경제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머크는 결국 임상실험, 식품의약국(FDA) 승인 등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고 대량 생산에 나섰고 1987년 약은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멕티잔은 4억 8000여명의 아프리카인들의 시력을 되찾아주었다.

2003년 6월 미국 뉴저지주의 화이트하우스 스테이션에 있는 머크 본사를 찾아 레이먼드 길마틴 회장에게 물었다. "돈이 안 될 줄 뻔히 알면서 왜 10여년에 걸쳐 신약을 개발하고, 또 그 약을 공짜로 나눠줬습니까?" 레이먼드 회장은 두 가지 이유를 댔다. 하나는 "기부는 장기투자"라는 것이다. 기부 수혜자 또는 수혜국의 정치경제 상황에 도움을 주면 언젠가는 이들이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이유는 종업원 만족이다. 레이먼드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보세요. 직원들에게 인류 건강에 도움을 주는 약품을 만들자고 다짐해놓고 정작 회사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약품 개발을 포기한다면 직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겠습니까?"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도 머크는 지금까지 멕티잔 생산에만 10억 5,000만 달러를 쏟아 부었고 아프리카 33개국에 보급하는 비용도 엄청나다. 과연 주주들로부터 반대는 없었을까? 브렌다 코라트렐라 약품기부 담당 이사는 웃으며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주주들이 반대했다면 지금까지 멕티잔 기부를 계속할 수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머크는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최우수(AAA) 등급을 매기는 8개의 미국 회사중 하나다. 화이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 등 경쟁업체보다 덩치는 작지만 주가는 2∼3배 높다. 코트라렐라 이사는 "회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이라는 평가가 주가관리에 도움을 준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머크는 1987년부터 1993년까지 7년 연속 "포천"지가 선정하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에 올랐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성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 기업들도 서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공익사회의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 26층 사무실 입구에는 소년소녀 가장들의 얼굴사진이 붙어있다. 이 소년 소녀들의 사진이 붙으면 곧 이들과 자매결연하는 임직원들이 나타난다. 임직원 한사람이 한 명의 불우이웃과 자매결연을 맺어 어려움을 보살펴 주고 금전적 도움도 준다. 삼성전자의 한 과장은 사회봉사의 기쁨을 이렇게 표현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제 생활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느낍니다. 내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갖고 있는가 감사하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데 기쁨을 느낍니다. 제가 주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은 셈입니다."

삼성은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 "기업시민"을 표방하면서 사회 공헌에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한국 최대 그룹인 만큼 우선 물적, 양적인 기여가 돋보인다. 2002년에는 수해 긴급복구 지원금으로 80억 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100억 원을 기탁하는 등 불우이웃돕기나 수해복구사업 등에 많은 금액을 내고 있다.

2002년에는 "1명의 천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린다"며 "나라 위한 천재 만들기"의 기치를 든 이건희 회장이 5,000억원 규모의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주로 이공계 우수 학생들에게 조건 없이 해외 유학을 지원해 세계적인 인재를 키워낸다는 목적으로 설립한 이 장학재단은 2003년 2기 장학생 100명을 선발했다. 삼성은 또 1994년 한국 기업 최초로 사회봉사단을 창단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 지사를 많이 갖고 있어 봉사활동도 세계 각지로 확산되고 있다. 1995년에는 일본 고베 지진 때 의료진과 봉사자를 파견해 긴급 복구작업을 벌였고 1999년 대만 지진 때도 구호 봉사단을 보냈다.

1993년에는 "삼성지구환경연구소"를 설립해 환경 관련 연구와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의 녹색경영은 크게 사업장, 공정, 제품, 지역사회의 녹색화로 전개된다고 삼성측을 설명했다. 즉 사업장의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TMS(환경자동감시망)"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청정생산기술 개발 등으로 공정의 녹색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납과 할로겐 화학물을 사용하지 않은 환경친화형 메모리반도체나 납이 없는 VCR을 개발하는 등 환경친화형 제품 개발도 시도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환경 보호를 위해 "반딧불이 되살리기 운동" "1사(社) 1산(山), 1사 1하천 운동" 을 벌이고 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