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희 지음/삼각형프레스/2004년 11월/181쪽/8,500원)

전쟁은 결국 인간이 하는 것이다. 이순신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의 구성원과의 인화(人和)를 중시했다. 이순신은 전라좌수사로 임명되자마자 모든 장병들에게 맨 처음 서로의 마음을 이간시키는 당파싸움을 근절할 것을 엄히 지시했고, 이를 어기면 엄벌에 처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생사가 걸린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내부의 단결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영내에서 중요한 사안이 생기면 결코 독단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여러 장수들을 불러 함께 의논하고 토론하여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냈다. 이순신은 그런 가운데 장군과 부하 사이에 경계를 허물고 전쟁의 승리에 함께 책임지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갔다. 실패는 장군의 실패가 아니라 모두의 실패가 된다는 사실은 내부의 단결과 진지하게 전투에 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유성룡은 『장비록』에서 이순신이 어떻게 한마음이 되도록 병영전체에 신뢰와 화합의 분위기를 만들었는지 기록하고 있다.

"순신이 한산도에 있을 때에 운주당이란 집을 짓고, 밤낮을 그 안에 거처하면서 여러 장수들과 더불어 병사를 의논하였는데, 비록 하급의 졸병이라 할지라도 말하려고 하는 자가 있으면 와서 말하는 것을 허락하여 군정을 통하게 했다. 또 전쟁을 하려고 할 때에는 매번 부하 장수들을 다 불러 모아서 계책을 물어 작전계획을 정한 뒤에 싸움을 결행했기 때문에 싸움에 패하는 일이 없었다."

조직은 결국 인간이 운영하는 것이며, 사람들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조직의 운명을 만드는 것이다. 이순신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인정의 욕구를 중시했으며 이는 모든 구성원, 계급의 위아래를 떠나 모든 사람들을 중시하는 인간애에서 나오는 것이다. 부하들을 자기처럼 중시하는 그의 철학이 조직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전달되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은 지혜를 가진 자이며, 타인의 지혜를 슬기롭게 다듬어 쓸 줄 아는 능력의 소유자이다. 범인들은 상대방의 얘기를 듣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에 빠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타인을 믿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것이며 자신에 대한 지나친 자만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말과 수레바퀴를 땅 속에 묻어 두어 아예 도망 못가도록 해 놓더라도, 이것 또한 믿을 바가 못된다. 병사들을 하나 같이 용감하게 만드는 것은 통솔하는 방법에 달려 있다." 그러나 부하들은 사랑하고 믿는다 해서 모든 것을 우유부단하게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한다고 해서 명령하지도 못하고, 너무 후하게 대하여 부리지도 못하며, 문란하여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이는 마치 막되어 먹은 자식 같아서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고 손자병법은 전한다.

상과 벌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것은 리더의 또 다른 덕목이다. 상과 벌을 내릴 때는 하나의 공평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어긋나서 누구에게는 잘못해도 용서하면서 또 누구만은 처벌한다면 조직 내의 여론은 리더의 결정을 근본적으로는 신뢰할 수 없는 법이다.

이순신은 이점에서 무척이나 엄격했다. 도라고 해서 무조건 잘해주는 것이 아니며 잘못 해도 봐 주는 것이 아니다. 잘하는 사람에게는 그에 합당한 눈에 보이는 대우나 포상을 해주고, 잘못하는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책임을 물어 눈에 보이는 고통을 주는 것이 공평한 것이다. 이것은 조직의 리더가 신뢰감을 쌓아가는 기본이 된다. 그는 이 원칙을 끝까지 지킴으로써 혼란스러운 조정의 당파싸움에 지친 백성들에게 희망과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리더는 어떤 모습인가. 기업에서 또는 어떠한 조직에서도 리더는 있게 마련이다. 리더의 결정은 곧 그 조직의 방향과 운명을 결정한다. 조직을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고 인정할 수 있는 결정이라면 그 리더는 성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단지 다수의 힘과 여론만이 아니라 어떤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리더의 결정력과 판단력의 문제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