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스콧 엔서 지음/비즈니스북스/462쪽/16,200원)

-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피닉스 대학
1976년에 세워진 피닉스 대학은 전통적 교육 기관이 제대로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 성인 학습자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이 대학은 기존 시장의 소비자들이 아닌 이러한 비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전문 경력을 쌓는 데 필요한 기술과 학위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장을 겨냥한 피닉스 대학은 접근 방법부터 기존의 사고를 뛰어넘었다. 이 대학은 자체 캠퍼스를 짓지 않고 타 대학의 공간을 임차하여 단기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또한 1978년부터는 학생들이 정부 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호평을 받았고, 그 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 대학의 수강생들은 대부분 편리하게 특별한 기술을 익히려는 목적을 가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다. 피닉스 대학은 6주에 한 번 정도만 출석하는 집중 수업을 제공함으로써, 그러한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 대학은 특히 "일하는 성인" 들의 니즈에 딱 맞는 학위를 제공한다. 2004년에 이 대학은 회계, 경영, 교육, 민사/형사법, 관리, 마케팅, 간호/건강관리 분야의 학위를 수여했다. 피닉스 대학은 인터넷을 활용한 e러닝으로 더욱 저렴한 가격과 편리성으로 무장하여, 전통적 교육 기관을 다닐 수도 없고 또 다니려고 하지도 않은 비소비자들을 고객으로 만들었다. 피닉스 대학의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은 비교적 간단했기 때문에 전통적 대학에서 학위를 받을 돈이나 시간이 없는 많은 고객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피닉스 대학의 파괴적 성장은 놀라웠다. 2003년 말 이 대학은 미국에 100개가 넘는 캠퍼스를 소유했다. 학생 수는 15만 명으로 늘어났다. 전통적인 학교들이 등록금 인상 때문에 강한 저항을 받고 있는 동안 피닉스 대학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2003년 이 대학의 모기업인 아폴로 그룹은 13억 달러가 넘는 매출에 2억 5,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2004년 초 아폴로 그룹의 주가는 1995년 처음 상장했을 때에 비해 65% 상승했다.

동일한 혁신이라 할지라도 기업에 따라 상이하게 받아들여 일 수 있다. e러닝 자체는 파괴적인 혁신은 아니다. 중요한 점은 e러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 피닉스 대학은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공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고객에게 보다 비용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창조적 파괴와 혁신을 통해 당면한 장애물을 극복하고 비소비자를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여 시장을 창출한 또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 장애물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콩코드 법대
2004년 현재 콩코드 법대는 미국에서 가장 선도적인 온라인 법대다. 민간이 설립한 여타 독립 e러닝 교육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이 대학 역시 초기에는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기가 어려웠고 정부기관이나 공식기구로부터 공인 받기도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이다. 첫째, 강력한 로비를 통해 정부의 규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려놓는다. 둘째, 규제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대학인 콩코드 법대의 학생들은 캘리포니아 주 사범 시험에만 응시가 가능했다. 미국변호사협회는 콩코드 법대의 졸업생들이 캘리포니아 주 사법 시험을 통과했을 경우에만 다른 주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반면에 전통적으로 공인된 법대를 졸업한 학생들에게는 어떤 주에서나 사법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즉시 주어졌다. 여러분이 매사추세츠에서 변호사가 되고 싶은데 그곳에서는 시험 자격조차 얻을 수 없다는 걸 안다면 결코 콩코드 대에 진학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콩코드는 어떻게 했을까? 이 대학은 로비를 벌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랬을 경우 비용이 엄청나게 들었을 것이고, 교육 기구의 변덕에 따라 결과가 좌지우지됐을 것이다. 콩코드 법대는 로비 대신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을 추구했다. 이 대학은 반드시 변호사가 되기보다는 다른 목적의 일을 하려는 비소비자들이 있는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많은 사람들이 법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하지만 반드시 법을 업으로 삼고자 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력과 업무에 도움을 얻기 위해 법을 공부하기도 한다. 변호사가 되어 법정에 설 수 있게 되느냐는 이런 사람들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콩코드의 이러한 전략은 주효했다. 1998년에 이 대학의 학생은 33명에 불과했지만 2003년에는 1,000명 이상으로 늘었다. 이 대학의 학생 가운데 40퍼센트 이상이 하나 이상의 학위를 갖고 있었고 학생은 주로 최고 경영자, 의사, 은행가, 기술자, 사업가 등이었다. 콩코드는 지리적인 장소나 가족, 일, 출장 등으로 인해 법대에 다닐 여건이 안 되는 비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했다.

정부가 만들어 놓은 장애물 때문에 좌절하는 기업들은 이처럼 그 장애물이 적용되지 않는 세분화된 시장을 물색해야 한다.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좀 더 폭넓은 사람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면 고객들이 규제의 변화를 이끌 수도 있다. 이러한 접근 방법이 규제를 직접 바꾸려는 노력보다 장기적으로 훨씬 더 성공 확률이 높다.

콩코드 법대나 피닉스 대학은 이처럼 창조적 파괴와 혁신을 통해 비소비자를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여 시장을 창출함으써 당면한 장애물을 극복하고 성공을 이루어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