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코스모스

(츠솽밍 지음/김윤진 옮김/국일미디어/327쪽/14,500원)

득과 실이 한 순간에 뒤바뀌는 효과는 금방 눈에 띄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오묘함을 깨달은 사람들은 과감한 취사 선택을 통해 상상을 뛰어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전국시대 제나라 재상인 맹상군은 사람을 아끼고 잘 대접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의 식객 중 재능과 학식을 겸비한 풍훤이란 선비가 있었다. 패기를 잃고 방황하고 있던 풍훤은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준 맹상군을 위해 힘이 될 만한 일을 해보겠노라 결심했다. 한 번은 맹상군이 식객을 모두 모아놓고 그의 봉토(왕에게 받은 영지)인 설(薛)에 가서 빚을 받아올 지원자를 찾았다. 깡촌으로 그것도 구질구질하게 빚 독촉 심부름이라니 모두 망설이는 눈빛이었다. 이때 풍훤이 지원하고 나섰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빚을 받아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고 더욱이 맹상군은 받은 돈으로 자신의 집에 없는 물건을 사오라고 그에게 주문했다.

설에 도착한 풍훤은 그들이 너무 가난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맹상군이 보낸 사람이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그곳 주민들은 한결같이 한숨 섞인 원망을 늘어놓았다. 풍훤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맹상군께서 여러분의 생활고를 통감하시고 여러분의 빚을 모두 탕감해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이자도 상환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빚 문서를 여기 이렇게 들고 왔는데 여러분이 보는 앞에서 불살라 없애겠습니다. 여러분은 더 이상 빚 독촉에 시달릴 필요가 없습니다!"

말을 마친 풍훤은 빚 문서를 불태웠다. 백성들은 맹상군의 은혜에 감격해서 모두 눈물을 흘렸다. 풍훤이 도착해서 그간의 경위를 묻는 맹상군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받아온 원금과 이자는 한 푼도 없습니다. 오히려 빚 문서를 모두 불살라버렸습니다."

대답을 들은 맹상군이 불쾌한 낯빛을 하자 풍훤이 이렇게 말했다."어르신께서 집에 없는 물건을 사오라고 분부하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바로 그 물건을 사가지고 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의(義)"라는 물건입니다. 빚 문서를 불살라 의를 사서 농심을 어르신께 돌려놓았습니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 맹상군이 모함을 받아 끝내 재상 자리에서 물러나 봉토인 설로 돌아왔다. 맹상군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이곳 주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열렬히 그를 환영했다. 맹상군은 드디어 풍훤이 빚을 탕감해주고 의를 산 참뜻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는 적은 손실을 어마어마한 이익과 맞바꾼 격이었다.

******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단지 눈앞의 성공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너무 단순하고 경박하다. 멀리 앞을 내다보자. 그리하여 눈앞의 소소한 이익과 장래의 근사한 성공과 교환하지 말자. 경영에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원칙이 적용된다.

DF사가 세계 최초로 트랜지스터 라디오 실험 제작에 성공했다. 트랜지스터 라디오는 그 동안 사용하던 진공관 라디오보다 훨씬 부피도 작고 가벼웠을 뿐 아니라 성능도 뛰어나고 실용적이었다. DF사는 채산성이 낮은 자국시장보다 해외 시장 공략에 주력하였다. 예상대로 점차 해외로부터 주문량이 많아졌다. 하루는 해외 거상으로부터 10만 대라는 엄청난 물량의 주문이 들어왔다. 회사의 임직원 모두는 이 고객에게 대폭적인 가격 할인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서라도 하루 속히 계약이 체결되길 희망했다.

그러나 정작 DF사는 해외 거상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여 사실상 이 고객의 주문을거절했다. DF사의 가격 책정은 다음과 같았다. 5,000대를 주문하는 고객에게는 정가로 판매하고, 1만 대를 주문하는 회사는 가장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지만, 1만 대 이상 주문하는 고객에게는 오히려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사원들은 이상한 가격 책정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물건을 많이 구입할수록 단가가 낮아지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바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앞을 내다보아 훗날의 위험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DF사는 10만 대라는 숫자를 감당할 만한 생산 능력이 없었다. 목전의 이익만 생각해서 덥석 이 계약서에 서명한다면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생산 규모를 배 이상 늘려야만 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처럼 10만 대의 대량 주문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현재 확보하고 있는 자금을 모두 투자해 생산 시설을 증대할 경우 결국 신생 기업인 DF사의 파산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