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범 지음/흐름출판/349쪽/13,000원)

명품 브랜드를 결정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대부분 사람들은 명품에 담긴 속뜻에 대해 별 고민 없이 백화점 명품관의 시계와 핸드백, 구두 등을 상상할 것이다. 물론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인 샤넬과 구찌, 페라가모와 버버리는 분명 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명품이라는 칭호를 붙이는 것은 단순히 그들을 백화점 명품관에서 만나 볼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명품이란 이미 많은 소비자들에게 그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다르게 표현한 말이다. 조금 더 보태자면, 소비자는 명품 브랜드를 구매함으로써 그들의 품질과 문화 그리고 가치를 사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페라가모는 "구두점에는 없는 구두" 라는 칭송을 받으며, 독특한 디자인으로 세계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브랜드가 되었다. 페라가모 구두는 1940년대에 오드리 햅번, 에바 가드너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영화 소품으로 착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페라가모의 성공 비결은 스타 마케팅이나 멋진 디자인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페라가모는 무엇보다 품질 관리에 철저했으며, "착용감이 좋은 구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페라가모는 수공으로 구두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마련했으며, 발바닥이 편할 수 있도록 장심을 부착하거나 발이 앞으로 밀리지 않는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심지어 오래 신어도 구두의 모양이 변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지막 공정에서는 구두를 오븐에 넣어 굽기까지 했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는 단지 신선한 디자인이나 발 빠른 마케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명품 브랜드로 오랜 시간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꾸준한 품질 관리와 끊임없는 기술 개발이 필수다. 즉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기술혁신을 추구하는 마인드와 기업가 정신 그리고 이를 실제로 실현하려는 노력이 롱런 브랜드의 필수조건이며 이러한 기업이야말로 바로 명품 브랜드를 보유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유명한 속옷 브랜드인 와코루의 사례를 보자. 와코루는 속옷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과학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1964년, 인간과학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에서는 속옷이 기온, 압력, 감촉에 따라 피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나이가 들면서 여성들의 신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을 다각도로 연구하여 기술혁신에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히트상품을 개발하여 55년 동안 시장 1위의 자리를 지켜왔다.

캐논 역시 R&D 및 기술혁신으로 카메라의 명품으로 자리매김한 경우다. 캐논이 기술개발과 혁신을 강조해왔다는 사실은 여러 지표를 통해 증명된다. 캐논은 지난 20년 동안 미국 내 특허 취득건수에서 5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으며, 1987년에는 최고의 특허 보유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캐논이 연구개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핵심기술이다. 캐논의 핵심기술들은 광학 기술, 디지털 기술, 컬러 기술 등이다. 캐논은 이를 블랙박스화 하여 절대 외부유출을 하지 않고 있으며 핵심기술이 포함되는 제품의 생산은 일본 내에 있는 공장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혁신 및 R&D 투자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기술을 시장과 연결하여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며 이러한 요소들이 바로 명품을 만들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에 가치를 더하여 브랜드의 차별화 요소를 만들고 경쟁사가 모방할 수 없게 하여 가격경쟁을 피하는 것은 브랜드가 롱런 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