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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M. 번즈 지음/생각의나무/905쪽/25,000원)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전체적으로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들의 근원으로 적절한 리더십의 부재를 지적하며 실제로 리더십의 위기를 실감하곤 한다. 최근 우리는 우리가 속한 지역사회를 이끌어줄 리더들을 선출했다. 선거 때마다 언론에서 홍보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 올바른 일꾼, 즉 올바른 리더를 선출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렇다면 올바른 리더란 어떤 리더이고 또한 어떠한 리더십을 가져야 하며 우리는 어떻게 올바른 리더를 판단할 수 있을까?

리더십 연구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윌리엄스 칼리지의 제임스 번즈 교수는 리더십에 관한 깊은 학문적 고찰과 실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리더십 강의』에서 리더십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리더십은 경쟁과 갈등의 국면에서 리더와 추종자 양자가 각각 독립적으로 가지고 있는 목표나 서로 공유하고 있는 목표들을 실현하기 위해, 특정 동기와 가치들과 여러 가지 경제적, 정치적 및 기타 자원들을 지닌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상호적인 동원과정이다."

결국 리더십이란 리더와 추종자 즉 구성원들이 서로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하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권력자들이 리더십을 곧 권력으로 착각한다. 물론 리더십은 권력과는 뗄 수 없는 것이지만 단순한 권력의 소유나 지배와는 분명히 구별되는 것이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리더십과 권력을 동일시하여 전횡을 일삼아 결국은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나아가 사회 전체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처럼 잘못된 리더들의 모습은 최근까지도 이어지며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번즈는 리더와 추종자들 간의 이러한 상호과정은 근본적으로 상이한 두 가지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첫 번째, 거래적 리더십으로 지도자들은 어느 한 가지를 다른 것과 교환할 목적으로 추종자들에게 접근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투표로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에 대한 보상으로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주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적 리더십은 리더와 추종자들이 보다 높은 목적을 추구하도록 서로를 묶어주고 결합시키지 못한다. 두 번째, 변혁적 리더십은 추종자들의 필요와 수요를 인식하고 이를 충족시킴으로써 추종자들을 전인격적으로 사로잡는다. 그리고 이것은 궁극적으로 추종자들의 진정한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도덕적 리더십으로 발전한다. 번즈는 이러한 변혁적 리더십의 가장 현대적인 예로 간디를 들고 있다. 그는 수백만 인도인의 희망과 요구를 불러일으켰으며 이 과정에서 그의 삶과 성격은 더욱 강화되었다.

번즈는 리더십에 대한 정의에 이어 올바른 리더십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첫째, 리더십은 ‘목적 있는 권력’으로 지도자 개인의 단순한 권력 행사나 지배 차원이 아니라 ‘집단적 목적과 요구의 추구’라는 보다 폭넓은 것이어야 한다. 둘째, 리더십은 돈, 인기, 사회적 배경과 같은 권력자원 중심에서 벗어나 용기, 끈기, 창의적 사고와 같은 다양한 능력과 기술을 필요로 하며 아울러 도덕적인 목적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셋째, 대중에게 도덕적 판단과 시민 정신 등을 교육함으로써 영웅 숭배나 무질서한 욕구 분출의 비도덕성과 비민주성을 깨우치도록 이끌어야 한다.

번즈의 지적대로 리더십이 도덕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구성원들에 대해 따듯하고도 올바른 마음을 가져야 한다. 올바른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평생에 걸친 수행이다. 리더십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이며 머리로 아는 지식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지식인 것이다. 그리고 창의적 사고와 용기를 가지고 조직이나 사회 전체에 다가오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구성원들과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

얼마 전 뒷산을 산책하는데 철조망으로 공원 산책로 일부를 막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왜 멀쩡한 산책로에 철조망을 치고 문을 다는 지 궁금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공사를 하고 있냐고 물어보니 모른다고 했다. 그저 철조망을 치라고 하니까 무슨 용도인지도 모르고 철조망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서로 공유한 그 비전을 위해 어떠한 일을 해야 하고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구성원들 또한 리더십이란 리더와 구성원의 상호동원 과정임을 인식하고 공동의 비전과 목표를 위해 리더와 협력해야 한다.

번즈는 현대인들이 ‘도덕적이며 강력하고 창조적인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으며 오늘날의 리더십의 위기는 권좌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탁월하지 못함과 무책임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리더십의 위기는 어쩌면 우리들 자신의 책임이 더 클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리더들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정작 올바른 리더십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진정으로 국민들의 복리를 위해 도덕적이고 창의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정치인보다는 개인적인 사욕과 당리당략에 따라 행동하는 정치꾼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우리들이 올바른 리더십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인기나 학벌이나 그럴 듯한 겉포장에 현혹되어 그들을 우리의 리더로 선출하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 리더십의 본질을 이해하고 올바른 리더를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부디 이번 선거를 통해 뽑은 리더들이 우리가 갈망하는 도덕적이며 창의적인 리더들이기를 바라며, 이들과 협력하여 우리 모두의 목표와 비전을 실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