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 지음/리더스북/360쪽/13,000원)

기업이 영위하는 업종이 과거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경우가 있다.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업종. 필립모리스 같은 담배업종. 산토리 같은 주류업종. 엑슨모빌(Exxon Mobil) 같은 정유업종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물론 이 업종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현재 상황에서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을 변호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장기적으로는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럴 때에는 회사의 비전을 아예 그 추세에 맞게 바꾸고 그 방향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대외에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전 지구적 에너지 개혁에 저항하는 기업들의 로비단체로 세계기후연합(GCC)이 결성된 바 있다. 물론 대부분의 석유업체들은 이 로비단체에 가입을 했다. GCC는 교토의정서를 반대하기 위해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면서 미국의 대중을 혼란시키는 대규모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이탈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가장 먼저 이탈한 석유기업은 영국석유((British Petroleum; BP)이다. 영국석유의 회장 존 브라운은 1997년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기후변화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며 영국석유는 이제 석유기업이 아니라 에너지기업이 되겠다고 공식 선포했다. 곧 이어 1998년 로열더치셸(Royal Dutch shell)이 탈퇴를 했고, 2000년에는 텍사코(Texaco)가 그 뒤를 이었다.

BP의 원래 이름은 영국석유(British Petroleum)였다. 하지만 친환경 정책을 표방한 이후에는 회사 이름을 아예 BP로 바꾸었고, 회사의 심벌도 자연친화적인 해바라기로 변경했다. 탱크로리나 직원들의 명함에도 해바라기 심벌을 새겼다. 그래서 BP는 유전과 가스전을 개발하고 정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총체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인식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BP는 과거의 British Petroleum(영국석유)으로 인식되지 않고 Beyond Petroleum(석유를 넘어서)으로 인식되도록 홍보했다.

이처럼 BP는 정유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환경보호를 주장하여 환경보호론자들의 비판을 피해가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가장 큰 경쟁자인 엑슨모빌이 엑슨발데즈호의 석유 누출과 이산화탄소 방출 등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었던 것을 고려하면, BP는 휘발유 사용이 지구온난화를 유발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개선 노력을 통해 많은 이득을 보고 있다.

현재 BP의 CEO인 존 브라운은 실력 있는 경영인인 동시에 환경보호론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포춘 Fortune>이 선정한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에 물러났지만 최대 경쟁 기업인 엑슨모빌의 CEO 리 레이먼드(Lee Raymond)가 지구 온난화 이론 자체를 완강하게 부정하는 것을 볼 때 그와는 매우 대조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