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코스모스

(김홍식 지음 / 꽃삽 / 287쪽 / 9,800원)

크고 작은 조직을 막론하고 부하직원들의 실수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를 지르는 상사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왜 그러한 실수가 일어났는지 그 원인을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그러한 실수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실수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직원들을 야단치고 화를 낸다. 직원들을 야단치는 이유는 실수에 대한 처벌의 성격도 있지만 다시는 그러한 실수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직원들도 그렇고 자식들도 마찬가지로 실수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결코 상황을 개선할 수 없고 그들의 행동도 나아지지 않는 것 같다.

기계 부속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판을 둥그렇게 산소 용접기로 잘라 낸 후 고르게 펴기 위해 철판을 두드린다. 그런데 자르기 전엔 평평하던 철판이 둥그렇게 잘라 낸 후에는 가운데가 불룩하게 올라온다. 올라온 부분을 들어가게 하려고 발로 밟고 망치로 계속 두드려도 들어가기는커녕 점점 더 불룩하게 올라오기만 한다. 이럴 때는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를 골고루 두들겨야 한다. 가운데가 올라왔다는 건 그 부분이 늘어났거나 주변이 오그라들었다는 것이다. 철판은 때릴수록 늘어나는 성질을 가졌기 때문에, 늘어난 데를 때리면 더 늘어나니까 점점 더 올라오는 것이다. 이때 가운데만 빼고 주변을 두드리면서 가장자리와 균형을 맞추다 보면 자연히 가운데가 들어가게 되어 있다. 판금에서는 절대 올라온 부분을 두드리는 게 아니다!

우리는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로 우선 문제를 두드리기에 급급하다. 또 누가 문제를 일으켰는가를 따져 묻는다. 그리고 심하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도 한다. 그러나 똑같은 문제는 그 후에도 계속 발생한다. 때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직접 두드려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문제의 원인이 주변 환경에 있는데도 환경을 바꿀 생각은 하지 못하고 문제가 일어난 곳만 두드리게 되는데, 그러면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점점 더 심각해질뿐더러, 새로운 문제가 계속 일어난다.

의사들은 배가 아파서 온 환자에게 배 아픈 것보다는 평소에 무엇을 먹는지, 식습관은 어떤지 물어본다. 환자들은 당장 아픈 것을 낫게 해 주기를 바라지만 의사는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해 주기 위해 원인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발생되는 문제들은 통증과 같다. 어딘가 원인이 있기 때문에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인은 두고 문제만 치료한다면 조만간 더 큰 문제를 만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누가 이랬어?”는 문제를 푸는 공식이 아니다. “왜 이렇게 되었지?”라는 말이 문제를 풀기 위한 첫 번째 공식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사람을 책망하기보다 원인을 찾아내고, 환경을 살펴보자.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문제가 풀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눈앞의 현상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자신의 사리사욕보다는 주변을 먼저 살피고 공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은 공익 또는 전체의 이익보다는 서로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가고 있다. 한미 FTA를 둘러싼 갈등, 노사 간의 갈등 등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표출되고 있는 갖가지 문제에 대해 우리 모두가 외부적으로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그 이면과 주변을 살피고 보다 큰 그림을 본다면 원만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기업 역시 고객을 행복하게 하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장기적 차원의 큰 그림을 그려나간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나갈 수 있다.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돈벌이에 급급하여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온당치 못한 방법으로 고객을 기만하는 기업들은 결국 고객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시장에서 퇴출되고 만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내로라하는 후보들이 치열한 각축 속에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이야말로 우리나라의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는 최적임자라고 강조하며 열변을 토한다. 그러나 진정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가 아닌 다른 후보자가 더 적임자일 수도 있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않는 게 우리나라를 위해 더욱 바람직한 일일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갈수록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더해 주는 대선후보들의 난투극을 보며 부디 각 후보자들이 자신의 영달을 위한, 대통령이라는 근시안적인 목표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서 우리나라의 번영과 행복이라는 더 큰 그림을 위해 자신을 냉철히 살펴보기를 소망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