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샌번지음 / 비전과리더십 / 189쪽 / 10,000원)

얼마 전 만난 친구가 요즈음 우리나라 기업들 참 걱정된다며 서두를 꺼냈다. 재택근무를 하는 그 친구는 집에서 일할 여건이 되지 않을 때는 종종 PC방을 이용하곤 하는데 평일 근무시간인데도 PC방에는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있다고 한다. 얼마간 있다 보면 거래처나 직장에서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오는데 이들은 태연스럽게 거래처에 있다거나 지금 모 거래처로 이동 중이라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비단 외부에서 뿐만 아니라 직장 내에서도 은밀히 사적인 내용의 메신저를 하거나 싸이월드에 글을 올리기도 하고, 주식 시세 화면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한다. 기업의 구성원들이 이처럼 집중력을 잃고 자신의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할 때 그 개인과 기업의 장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리더십 전문가인 마크 샌번은 최근 저술한 『CEO도 반하는 평사원 리더』에서 집중력이야말로 어떠한 역경이라도 헤쳐 나갈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이라고 강조한다.

몇 년 전 아내와 처음으로 크루즈 여행을 할 때였다. 나는 우리가 타고 있던 거대한 원양 여객선의 선교에 올라가 선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힘들었던 항해 경험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선장은 20미터가 넘는 파도 속을 뚫고 항해했던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깜짝 놀란 나는 그런 바다에서 어떻게 무사히 배를 몰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20미터 높이의 파도 한가운데서도 배가 동력을 잃지 않는 한 얼마든지 뚫고 나갈 수 있다고 대답했다.

“어떤 배를 타고 있든 간에 동력이 끊어지면 그걸로 끝입니다. 동력만 잃지 않는다면 배는 파도와 맞설 수 있죠. 반면에 동력이 없으면 아무리 큰 배라도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거나 뒤집어져 가라앉고 맙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인생과 일에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동력을 잃고 표류하지만 않는다면 누구든 자신이 맞닥뜨린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 이러한 동력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리더라고 말할 수 있고 이런 의미에서 리더의 힘이란 집중력을 갖고 현재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배가 파도를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리더 역시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리더가 목표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당면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견지하는 한, 기다림은 있을지언정 표류의 위험은 없다. 표류와 기다림은 완전히 다르다. 기다림은 의도적인 선택이며 인내와 숙고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표류는 선택할 힘 자체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기다릴 때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분명 어떤 일이 생길 거라고 믿는다. 이때는 경솔하고 성급하게 행동하는 대신 잠시 멈춰 서서 정보를 수집하고 통찰력을 기른다. 하지만 표류는 배의 키를 놓치고 방향을 잃은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배가 표류하기 시작하면 그리 크지 않은 파도에도 전복되고 만다.

평사원이든 경영자든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의 정신을 흐트러뜨린다. 우리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다양한 요구들, 그리고 곳곳에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있는 유혹의 덫들이 우리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목표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그리고 집중력을 잃는 순간 우리는 표류하고 만다. 리더로서 행동하려는 사람은 최종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목표를 명확히 하고 정말 중요한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가 사업을 하고 있다 보니 종종 사람들이 이런저런 아이디어나 신규 상품 또는 그럴듯한 사업계획 등을 들고 찾아온다. 지난 7년 반 동안 그러한 일들을 많이 경험해왔고 시행착오도 겪어온 터라 어지간한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라거나 관심사가 아니라며 완곡하게 거절해왔다. 그러나 최근에 제안을 받은 상품은 우리 회사의 상품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고 나름대로 회사의 이미지와도 부합되어 우리 회사가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판단하고 담당 직원에게 한번 맡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직원은 나의 이러한 생각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사장님께서 저에게 월급을 주시는 것은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충실히 잘하라고 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고 또한 저의 비전이기 때문에 다른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장님께서 그 일을 꼭 해야 한다고 결정하셨다면 전담 직원을 채용하십시오.”

너무도 완강한 그 직원의 태도에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 그 직원이 진심으로 고맙고 믿음직스럽게 여겨졌다. 자기가 맡은 일을 자신의 소명과 비전으로 생각하고 사장의 지시에도 굴하지 않고 그것을 지키고 그 일에 열정을 쏟는 직원이 과연 세상에 얼마나 될까. 별로 크지 않은 규모의 조직에서 이런 직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내가 집중력을 잃고 목표에서 멀어지려 할 때마다 나를 일깨워 주고 다시 목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직원이 있어 참으로 가슴 벅차고 마음 든든하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베스트셀러 작가 데이비드 캠벨은 『당신이 가고 있는 방향에 집중하지 못하면 엉뚱한 곳에 도착하게 된다』라는 책을 썼다. 백 번 옳은 말이다. 우리가 세우는 계획 하나 하나에는 반드시 중요한 목표가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그리는 인생의 큰 그림에는 최종 목적지가 들어 있다. 목표에 집중하는 것은 우리를 최종 목적지로 나아가게 하는 강력한 엔진이며 우리 인생의 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