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진 지음 / 새로운제안 / 312쪽 / 13,000원)

오늘날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평평해지고 있고 지구촌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글로벌 차원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세계를 움직이는 커다란 힘의 흐름을 파악하지 않고는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

현재 아디아컨설턴시 대표이사이자 유럽연합 집행이사회 안보전문역을 맡고 있는 조명진 박사가 저술한 『3개의 축』은 세계 부와 경제를 지배하는 3개의 축을 토대로 국제적 역학관계에 의해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를 일으키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밝히고 있다. 저자는 미국이 이라크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도 군사력이나 부를 갖지 못해서가 아니라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현명한 리더십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하며 현재의 갈등과 대립구조를 조화와 통합으로 이끄는 새로운 리더십이 창출되지 않는 한 미국은 결코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저자는 오늘날 세계 경제질서는 미국과 구 소련 진영으로 구분됐던 양극 냉전체제와 냉전체제 종식 후 미국이 독주했던 체제를 지나 크게 3개의 축으로 세력이 재편되는 ‘경제 3극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제1의 축은 근대사를 주도해 온 미국과 유럽으로 대표되는 서구세계를 말한다. 일찍이 선진문명으로 자리잡은 서구세계는 그동안 세계무대의 주체로서 기득권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미 미국의 경쟁력이 사양길로 접어들었고, 고질적인 이중 적자, 그로 인한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종말, 그리고 무엇보다도 엘리트의 편향된 사고와 서투른 판단으로 인해 미국의 리더십이 무너지면서 초강대국 미국이 쇠퇴일로를 걷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EU 역시 미국과 동일한 경제블록의 성격을 띠고 있어 미국과 같은 제1의 축으로 분류하고 있다.

제2의 축은 오스만투르크제국 패망 이후 서구세계에 주도권을 빼앗긴, 아랍지역을 주축으로 한 이슬람세계이다. 이슬람세계는 전 세계 56개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인구는 13억에 이른다. 그 가운데 90%가 수니파에 속하고 나머지 10%가 시아파이다. 이 두 종파 간의 갈등이 내전으로 치닫기도 하지만 이러한 종파 갈등을 공동의 적인 이스라엘로 분출시킬 역량 있는 지도자가 나올 경우 제2의 십자군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제3의 축은 1, 2의 축에 속하지 않은 국가집합을 말한다. 제3의 축을 이루는 핵심국가군은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로서 이들 국가들은 오로지 실익 추구에만 관심을 기울이며 기존의 국제경제블록 및 국제기구에서 영향력을 점차 키워나가고 있다. 저자는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는 이들 국가들의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측면들을 세심하게 살핌으로써 앞으로 이들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력을 진단한다. 일본의 경우 상당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진정한 군사대국이자 최첨단 정보수집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국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경계한다. 중국은 고도성장에 따른 부작용, 국제적 브랜드의 부재, 불안정하고 경직된 금융시장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초고속성장을 지속하면서 군사대국화를 지향하고 제3의 축의 리더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인도의 경우 국제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과 막강한 아웃소싱 흡인력을 통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충분한 잠재력과 성장동력을 갖추었으며 강력한 군사대국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위에서 언급한 이 3개의 축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세계 질서의 급격한 재편 과정에서 한 개인으로서 어떠한 삶의 자세를 갖고 미래를 대비할 것인가, 무한 경쟁의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유용한 조언을 제시한다. 그리고 나아가 국가 경영에 대해서도 3극 체제에서 한국은 국제정치 측면에서는 제1의 축에 가깝지만 국제경제 측면에서는 제3의 축에 속한다고 지적하며 국익을 위해서는 외교적으로 미국과 EU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중국, 인도 그리고 이슬람 국가와의 우호를 증진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