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ves Doz & Mikko Kosonen 지음 / Wharton School Publishing / February, 2008)

오늘날 기업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산업 간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면서 수많은 요소와 비즈니스 기회들이 서로 얽혀 모든 것들이 더욱 복잡해져 가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와 복잡성의 시대에 어떤 기업들은 급변하는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고 시장의 불연속성을 생산적인 결과로 연결시키며 불안과 혼돈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과 번영을 구가하는 반면 어떤 기업은 실패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이처럼 기업의 운명을 갈라놓는 요인은 무엇일까?

인시아드(INSEAD)의 글로벌 기술 및 혁신 담당 교수이자 전략경영학 교수인 이베스 도즈(Yves Doz)와 핀란드혁신펀드의 부총재인 미코 코소넨(Mikko Kosonen)은 최근 공동으로 저술한 『Fast Strategy, 신속한 전략』을 통해 급격한 변화와 불확실성이 만연한 오늘날 변화와 통합 흐름의 초기 신호를 재빨리 간파하고 그러한 신호들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인식하며 그 의미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적으로 민첩한 기업만이 생존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략적으로 민첩한 기업들은 스스로를 신속하게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CEO와 경영진들이 자신의 기업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변화와 혼란을 활용하도록 이끈다는 높은 야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조직이 변화에 간헐적으로 대응하거나 고통스럽게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변화의 파도를 이용하여 성장하고 번영하기를 원한다. 다시 말해 그들은 기업이 새로운 경쟁의 게임을 배우기를 원한다. 지금 기업들이 당면한 신속한 전략 게임은 즉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어떠한 경쟁 우위도 영구히 지속되지 않으며 혁신과 새로운 능력의 지속적인 개발만이 경쟁 우위의 유일한 원천인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급격한 변화와 복잡성의 시대에 기업은 전략적으로 민첩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체로 민첩하다는 것은 신속하고 유동적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반면 전략적이라는 것은 강력하고 신중하며 느리다는 인상을 준다. 따라서 전략적 민첩성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는 전략적 경영이 대두된 이래로 오랜 시기 동안 딜레마였다. 그렇다면 전략적 의사결정과 실행의 스피드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저자들은 신속한 전략 게임에서 무엇이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지 그리고 승자는 어떤 점이 다르고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며,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연구조사를 실시해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 연구조사를 통해 신속한 전략게임의 승자는 의사결정과 실행에 있어서 다른 기업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승자 기업들은 전략적으로 매우 민감하며 또한 전략적 상황에서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지고 스스로 발전하고 진화하면서 마치 먹이를 향해 돌진하는 표범처럼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키아의 사례를 통해 전략적 민첩성이 기업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보자. 북부유럽의 황무지에서 고무장화를 만들던 회사가 글로벌 휴대폰 혁신의 리더가 되리라고 과거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노키아가 경쟁자들을 따돌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탁월한 전략적 민첩성에 있었다. 모든 업체들이 휴대폰을 택시 운전자나 어부 등 특정 직업의 사람들만 필요로 하는 전문적 서비스로 보았을 때 노키아의 리더들은 휴대폰을 대중들이 필요로 하는, 거의 패션에 가까운 소비재로 보았다. 노키아는 재빨리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직업상 또는 개인적 필요에 의해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을 상상했다. 그리고 세계 대다수의 국가에서 규제완화의 흐름에 맞추어 휴대폰 사업 허가권을 쉽게 내주었고 노키아는 이를 통해 급성장할 수 있었다. 노키아의 요르마 올릴라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트렌드와 변화의 독특한 결합이 엄청난 기회를 던져 주었다. 그러나 다른 누구도 그 기회를 감지하지 못했고, 나아가 그것을 사업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노키아의 사례에서 보듯이 신속한 전략 게임의 승자들은 주요한 의사결정과 그 실행에 있어서 기민하고 민첩하게 행동한다. 대다수의 기업들에 있어서 중요한 의사결정이 개인의 망설임이나 두려움 또는 관료주의적인 절차로 인해 뒤로 미루어진다. 그러나 신속한 전략적 어프로치를 택하는 기업들은 경영진이 일단 전략적 상황을 이해하고 나면 전광석화처럼 의사결정을 내리고 개인적인 불안이나 정치적 요소로 인해 그 실행이 지연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에 따라 자원이 동원되고 재배치되며 집중된다. 저자들은 전략적 민첩성의 정수이자 신속한 전략 게임의 세 가지 핵심 요소로 전략적 민첩성과 집단적 실행, 그리고 자원의 유동적 배치를 들고 있다. 저자들은 이 세 요소들이 조직의 신속한 전략 추진 능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자원 배분을 어떻게 달성하는지를 보여준다.

승자 기업들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더욱 빠르고 복잡한 변화에 노출되어 있는 기업들이 생존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전략적으로 민첩해지는 것뿐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