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에단 호크 분)와 셀린느(줄리 델피 분)는 유럽 횡단 열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다. 처음 보는 사이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자연스레 이끌려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다.’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많지만 ‘비포선셋(Before Sunset)’만큼 유럽의 낭만을 잘 보여준 영화는 없는 것 같다.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유럽은 왠지 우리에게 제시를 혹은 셀린느를 우연히 만나게 할 것만 같은 낭만을 꿈꾸게 한다.

기차는 우리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향수와 같다. 어른들에게는 찐 계란과 사이다의 달콤함을, 젊은이들에게는 맞은편 이성을 향한 가슴 떨림을 추억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유럽을 기차로 횡단하는 것만큼 좋은게 있을까? 물론 낯선 곳을 그것도 복잡한 기차역을 통해 한다는 게 걱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덜컹거리는 기차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으며 지내다 보면 어느새 옆 사람과 친구가 되어 차창 밖의 이국적인 풍광을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대 ‘노팅힐’을 꿈꾸고, ‘로마의 휴일’을 바라는가? 그럼 떠나라. 로맨틱한 유럽으로.


테마별 추천 기차 여행

로마에서 피렌체까지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곳은 단연 로마일 것이다. 스쿠터를 타고 시내를 신나게 누비던 오드리 햅번의 ‘로마의 휴일’로 유명한 이곳은 문화의 중심지로 스페인 광장, 진실의 입, 바티칸 시국이 몰려 있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냉정과 열정 사이’의 소설 배경으로도 익숙한 피렌체는 이곳에서 불과 1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데, 로마와 피렌체를 잇는 기차 노선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선이기도 하다. 로마의 중앙역인 테르미니역에서 유로스타(ES)를 타면 된다. 유명한 인기 노선인 만큼 차창 밖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그리고 운행 편수도 많아 이용하기 편하다. 로마에서 피렌체를 가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레기오날 노선이 있다. 유로스타와는 달리 각 역마다 정차하여 3시간 30분이라는 다소 긴 시간이 걸리지만 작은 역에도 정차하므로 특급열차를 탔을 때에는 볼 수 없는 소도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런던에서 파리까지
영화 ‘노팅힐’과 ‘러브 액츄얼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패션에 관심이 많다면 런던과 파리는 꼭 가고 싶은 도시일 것이다. 런던 워털루역에서 유로스타를 타면 2시간 30분 만에 파리에 갈 수 있어 두 도시를 여행하기에 아주 좋다. 다만, 고속열차라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할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단시간에 두 도시를 여행해야 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주의할 것은 유럽 대륙을 운행하는 열차는 국경을 통과할 때 여권만 제시하면 되지만 런던 파리간 유로스타는 세관 검사와 출국 심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로맨틱 기차 여행 유럽』
(최철호 지음 / 시공사 / 710쪽 / 18,000원)